[자사고-외고 폐지 추진]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인터뷰
18일 서울 서초구 자택에서 만난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은 전국 46개 자사고가 인재 양성을 위해 막대한 돈을 들여 가며 벌인 노력이 한순간에 날아가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그는 “우리 사회가 대학을 안 나오면 자립이 안 되니 경쟁과 사교육이 심해지는 건데 정부가 해결 못 하는 사회적 문제를 자사고 때문이라고 왜곡하느냐”고 지적했다. 또 “여름에 숲에 가면 햇빛 받겠다고 나무들이 서로 높게 솟아오른다”며 “식물도 경쟁하는데 자사고 없앤다고 경쟁이 사라지지는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와 사교육을 부추긴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자사고에도 완전추첨제 도입을 고려 중이다.
“서울 지역 자사고는 중학교 내신 성적과 전혀 관계없이 지원자를 추첨한 뒤 2단계에서 면접으로 뽑는다. 서울 이외 자사고는 1단계에서 내신과 출결로 1.5∼3배수를 선발하고, 2단계에서 1단계 성적과 면접으로 뽑는다. 지원자 내신 성취도가 전부 A다. 학교마다 A를 주는 비율이 달라 어떤 학생이 우수한지 구별할 수조차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자사고 입학전형에서 지필고사나 교과지식 질문을 아예 금지했다. 학과 면접 흔적만 있어도 감사를 받는다. 인성 면접만 보는데 자사고 대비 때문에 사교육이 과열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자사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
“교육의 다양성과 특수성을 어떻게 살릴 거냐는 점이다.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하며 ‘평준화의 문제점으로 지적된 획일성을 보완하는 한편 고교 교육의 다양화·특성화를 확대하고 수월성 추구를 배려한다’고 했다. 정부가 자사고를 폐지하면 김대중 정부의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사람들이 (그 정신을) 정면으로 부수는 거다. 정부를 믿고 미친 사람처럼 투자했다. 그런데 갑자기 폐지하라니 사립학교 설립자가 봉인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돌아가면 1000명(전교생의 약 95%) 정도 수용되는 기숙사는 100명용도 필요 없다. 텅 빈 기숙사는 거미줄 치게 놔둘 생각이다. 교육 백년대계를 우습게 알고 교육정책 바꾼 사람들이 볼 기념관으로.”
―정부가 사립학교의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건가.
“정부는 사립학교를 자기 호주머니 속 물건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이명박 정부도 2010년 자립형사립고를 자율형사립고로 강제 전환하면서 전국 단위 선발권을 갖고 싶으면 법인이 매년 학생 납입금의 20% 이상을 부담하고, 광역 단위로 할 거면 3∼5% 내라고 했다. 자사고는 학생도 마음대로 뽑을 수 없으면서 재정 부담만 크게 하는데 이제 없애겠단다. 솔직히 이 나라에서 사립학교 운영하기 싫다. 상산고에 쏟은 돈으로 아프리카에 학교 100개를 세웠다면 온 나라가 고마워했을 거다. 전국 46개 자사고가 재정결함보조금을 받지 않아 정부는 예산을 절감해왔다.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면 매년 2000억 원을 지원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나.”
―일각에서는 교육의 평등성을 강조하는데….
“평등을 중시하는 중국도 오래전부터 엘리트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는 똑같은 학교만 만들면 어떡하나. 수월성 교육은 미래가 달린 숙명이다. 진보 정부(김 전 대통령)도 획일적인 교육이 문제라고 보고 자사고를 도입한 것 아니냐. 그런데 현 정부는 자사고를 폐지한다고만 하지 인재를 어떻게 기르겠다는 얘긴 없다. 자사고 학생들은 학력 차가 크지 않고 다양한 학교 프로그램으로 별도 사교육을 안 받는다. 자사고가 해외 조기 유학 수요를 줄였고 지방에서는 지역 인재 유출 문제를 막았다. 일반고밖에 없으면 상위권 학생은 수업만으로 만족할 수 없고, 중하위권 학생은 강의를 이해할 수 없어 사교육 의존이 더 심해질 거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