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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만난 사람/송평인]“무리한 기소 검사, 변협평가 강화로 불이익 줄 것”

입력 | 2017-06-19 03:00:00

대한변호사협회장 김현




김현 대한변협회장은 중국 송나라 문인 소동파의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정의로움은 지나치면 잔인해진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퇴임하면서 거론한 말이기도 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송평인 논설위원

《 김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시인 김규동의 아들이다. 김규동은 함경북도 종성 출신으로 1948년 김일성종합대에 다니다 월남해 ‘나비와 광장’ 등의 시를 남기고 2011년 타계했다.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문인 아버지의 기질은 김 협회장에게 이어졌다. 1977년 서울대 법대 재학 중 학내 시위로 유기정학을 당한 이력 때문에 1980년 행정고시도, 1982년 사법고시도 면접에서 고배를 마셨다. 다 포기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는데 은사인 송상현 교수가 신원 보증을 해줘 그 다음 해 사시 면접을 다시 한번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한 해 늦게 사시 합격자가 됐다. 하지만 그 때문에 판검사의 길은 포기하고 미국 코넬대와 워싱턴대 로스쿨을 나와 국내에 몇 안 되는 해상법 전문 변호사가 됐다. 》
 
민정수석과 가까운 법무장관 곤란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어떻게 보는가.


“안 후보자는 문학에 관심이 많다. 제 아버지와 친했고 그런 연유로 저하고도 식사를 같이한 적이 있다. 안 후보자의 젊은 시절에는 혼인신고가 쉬웠다. 여성이 한번 결혼한 것이 되면 이혼이 쉽지 않다는 시대 상황을 이용해 젊은 날의 치기로 짝사랑하는 사람을 배우자로 몰래 혼인신고하는 일들이 왕왕 있었다. 혼인신고 절차가 쉬워 벌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그런 논란을 떠나 대통령민정수석과 친한 사람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업무로 보면 둘은 가까워서는 안 된다. 청와대와 법무부는 거리가 있어야 한다. 민정수석은 법무부가 잘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어야 하고 법무부는 청와대 눈치를 안 보고 원칙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정수석이 인사 검증을 해야 하나.

“저도 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인사수석이 따로 있지 않나. 사실 청와대보다는 인사처 같은 데서 검찰이나 경찰에서 필요한 자료를 넘겨받아서 하는 것이 더 낫다. 인사처가 주도해 여·야당 의원까지 함께 참여하는 비밀 청문회를 여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사생활과 관련된 것은 이런 데서 철저히 거르고 국회의 공개 청문회에서는 정책에 대한 의견을 놓고 검증해야 한다.”

―안 후보자가 사퇴한 마당에 또 비(非)검찰 출신 법무부 장관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 필요한 법무부 장관은 검찰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대한 검찰에 맞서서 개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다. 꼭 비검찰 출신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제 경우 변호사를 30년 이상 하다 보니 워낙 아는 사람들이 많아 변협을 인정사정 보지 않고 개혁할 자신이 없다.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은 법무장관(Attorney General)이 사실상 연방 검찰총장인 셈이지만 우리나라나 일본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나뉘어 있다. 법무장관이 꼭 검찰 출신일 필요는 없지 않나.

“그렇다. 우리나라는 잘못된 관행이 많고 법무부 장관을 검찰 출신이 하는 것도 그런 관행이다. 국방부 장관도 민간인이 더 잘 할 수 있다. 대법원장도 판결보다는 행정 업무가 많기 때문에 판사 출신이 아니라 변호사 출신이 더 잘할 수도 있다.”

―법무부의 탈(脫)검찰화를 얘기하는데 어느 정도나 탈검찰화가 가능할까.

“법무부에 약 90명의 검사가 근무하는 것으로 아는데, 일단 절반 정도인 40∼50명만 검사로 하고 나머지는 민간인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협도 변호사들 중에서 적합한 후보를 추천할 것이다.”

―검찰총장은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

“민정수석에 비법조인이 기용됐고 법무부 장관 후보로도 비법조인이 지명될 수 있는 상태에서 검찰총장까지 비검사 출신으로 임명한다면 검찰 조직의 동요가 심할 것이다. 안정과 개혁 사이의 조화를 이뤄야 한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의 추천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

“소병철 김경수 오세인 등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검찰 출신들은 누가 되든 대체로 무난하다고 본다. 다만 추천위원회 구성은 바꿔야 한다. 추천위원 9명 중 법무부 측 당연직 2명과 법무부 장관이 임명하는 학식과 덕망이 있는 사람 3인이 법무부 장관 편이다. 그러다 보니 5 대 4로 법무부 장관 맘대로 할 수 있는 구조다. 학식과 덕망이 있는 3인을 2인으로 줄이고 남은 1인을 독립시켜 4 대 5의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검찰 인사, 총장 임명뒤 했어야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박근혜 정권에서 생겼다. 그러나 미국은 대통령이 연방검사 연방판사 다 임명한다. 민주적 정당성이란 측면에서 보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임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 아닌가. 추천위원은 무슨 민주적 정당성이 있나.

“미국에는 권력 행사에서 정당성을 중시하는 전통이 형성돼 있고 강력한 야당이 있다. 우리나라는 승자독식 패자전멸의 풍토가 있다. 승자가 맘대로 하는 것을 나름대로 막는 장치가 추천위원회 제도다. 우리나라 풍토에서 추천위원회보다 더 좋은 제도를 현재로선 찾기 어렵다.”

―일본만 하더라도 검사총장에 대한 추천위원회 이런 것 없다. 일본은 도쿄고검장이 되면 차기 검사총장이 되는 걸로 안다. 일본 검찰은 국민 신뢰 1위다. 왜 비슷한 제도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일본과 다른가.


“우리나라는 정권이 말 안 듣는 검사는 좌천시키고 말 잘 듣는 검사는 승진시키고 하면서 검사의 직업윤리가 생길 수 없는 구조가 돼 버렸다. 그렇게 된 것은 제왕적 권한을 가진 대통령들에게 책임이 있다.”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임명과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된 일선 고검장과 지검장 4인 등에 대한 문책성 좌천 인사가 있었다. 검사 인사는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하게 돼 있다. 이들의 인사 때는 검찰총장도 법무부 장관도 없었다.

“새 정권이 조급했던 느낌이 든다. 빨리 검찰 개혁을 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한 것 같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조금 더 자제하고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임명된 다음에 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일본은 검찰이 기소하면 유죄 받을 확률이 99.9%라고 한다. 우리는 ‘아니면 말고’ 구속이 너무 많다. 이석채 전 KT 회장 수사처럼 하명 사건에서 비롯된 것이 있지만 옥시 조명행 전 서울대 교수 사건처럼 여론의 눈치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

“무리한 기소를 하여 무죄율이 높거나 영장 기각률이 높은 검사는 인사에 불이익을 줄 필요가 있다. 변협의 검사 평가를 더욱 강화하여 무리한 기소를 한 검사에게 불이익을 줄 생각이다.”

―‘아니면 말고’ 구속도 문제지만 1심 판결이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너무 많다.

“법원이 사건을 검토하기에는 사건 수가 너무 많은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대충 검토해 유죄를 선언해 버리고 대신 양형을 세게 하지 못한다. 확신 있는 유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5년간 유학하고 돌아와서 왜 우리나라는 양형이 이렇게 약한가 생각해 보니 그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았다.”

대법관 제청권, 대법관회의에 줘야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무죄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 처벌에 관한 위헌법률심판 결정을 미루고 있다. 법에는 명문으로 처벌하도록 돼 있고 대법원도 유죄라고 하는데 하급심에서 계속 무죄판결이 나오는 건 사법의 위기 아닌가.

“헌재가 위헌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법관은 양심을 따르지 않을 수 없고, 절충적 상황이라고 본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지난해 회원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1297명 중 964명(74.3%)이 ‘양심적 병역 거부의 자유가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포함된다’고 응답했다. 국회가 대체복무제 입법을 하거나 헌재가 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전국판사회의가 19일 건국 후 세 번째로 열린다. 전국판사회의 상설화가 필요한가.

“필요할 때 수시로 모이면 되는 것이지 상설화는 꼭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

―법원 내 승진 제도를 아예 없애 선임 판사가 법원장을 하는 것은 어떤가.

“판사들 간 평등한 관계를 지향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미국과 문화가 달라 하루아침에 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어느 조직이나 구성원이 다 평등하다고 하면 엉망이 된다. 법원의 승진 제도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새 열심히 하지 않는 판사들이 많다. 그런 판사들이 원하는 것은 일은 안 하면서 신분 보장은 최대한 해주고 정년까지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그럼 골병드는 것은 국민들이다. 승진 제도에 대해 아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법원에서 지방법원 부장까지는 웬만하면 다 승진한다. 고등법원 부장 되는 게 어렵다. 고법 부장 승진하기 위해 윗선의 눈치를 본다고 한다. 고법 부장 승진 제도라도 없애면 어떤가.

“고법 부장 승진 제도를 없애기보다 인사권이 대법원장 한 사람이 아니라 대법관회의나 대법원 인사위원회에 있으면 좀 더 객관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앞에서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언급했는데 법원행정처의 탈법관화는 어떤가.


“법원행정처의 판사를 40명에서 20명 정도로 줄이고 나머지를 변호사로 대체할 수 있다고 본다.”

―대법관추천위원회는 어떻게 바꿔야 할까.

“추천위원 10명 중 법원 측 당연직 3명과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위원장, 언론인, 사회단체 출신 각각 1명 등 모두 6명은 대법원장 편이다. 언론인과 사회단체 출신을 합쳐 1명으로 만들고 법원 측 당연직 1명을 줄여 대법원장 영향 밖의 인사를 6명으로 만들어야 제대로 기능할 수 있다.”

―내년 개헌이 예정돼 있다. 개헌을 한다면 사법 분야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인가.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을 대법관회의에 줘서 집단 지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과 헌재가 경쟁하는 관계인데 대법원장이 3명의 헌법재판관 지명권을 갖는 것도 이상하다.”

―사시가 없어지고 사시 합격자의 사법연수원 2년 과정이 없어지면 변호사가 국가 혜택을 입은 게 없어진다. 이미 6년째 로스쿨에서 배출된 변호사 9000명은 국가 혜택을 받은 게 없다. 변호사 업계도 영리 위주로 변하는 게 아닌가.

“변호사법 1조의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다. 나는 반대한다. 변호사가 보수를 받기는 하지만 많은 직업 중의 하나가 아니라 사회적 책무를 중시해야 하는 직업이다.”

―신규 배출 변호사가 너무 많아서 변호사 업계가 어렵다는데 어떻게 줄일 수 있나.


“현재 변호사 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신규 변호사는 매년 1000명 수준이다. 로스쿨 정원이 2000명이다. 우선 로스쿨에서 자퇴한 사람만큼 새로 뽑는 결원보충제를 중단하면 200명을 줄일 수 있다. 결원보충제는 한시적으로 5년만 허용된 것인데 교육부가 로스쿨의 압력에 밀려 연장하고 있다. 로스쿨이 2곳 이상 설치된 지방의 로스쿨을 통폐합하면 또 200명 정도를 줄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로스쿨 정원이 줄어들면 그에 맞춰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500명에서 1000명으로 줄이면 된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