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인 4년 차인 기자의 한 지인이 동문 단체방에 올린 글입니다. 마치 주식거래를 하듯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투자해 쏠쏠한 수익을 거둬보겠다는 거였죠. 그는 가격이 들쑥날쑥해서 도박하는 거나 마찬가지란 충고가 나와도 “좀 불안해도 지금 이만큼 수익낼 것도 없다”며 투자 의지를 굳혔습니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 처음 등장한 ‘가상 화폐’입니다. 명칭의 유례는 디지털 단위인 ‘비트’와 ‘코인(돈)’의 합성어로 일종의 암호화된 사이버 머니라고 볼 수 있죠.
비트코인은 놓치기 아까운 노다지일까요. 비트코인과 관련해 그동안 동아일보 지면에 실렸던 기사들을 정리해봤습니다.
○ 해외 비트코인의 위상변화
최근 미국과 일본 등에선 비트코인을 상품으로만 볼 게 아니라 지폐나 동전처럼 통화로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비트코인을 통화로 인정했습니다. 지난해 9월 기준 비트코인 결제 매장은 일본에 약 2500여 곳에 달합니다. 또 미국 버몬트 주는 지난달 관련법을 개정하면서 가상통화를 교환의 매개나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죠.
이처럼 해외에서 새로운 결제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는 비트코인은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일본식 가명을 사용했던 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개발자에 의해 탄생했습니다.
한국은 비트코인의 거래 중개를 막진 않으나 송금에 대해서는 외국환거래법을 적용해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해외 송금을 중개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합니다. 이와 관련해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 비트코인과 관련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죠.
케이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가 8월경 문을 열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국내에서 핀테크(금융기술) 산업이 점차 자리 잡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국경을 넘어 송금과 결제가 자유로운 비트코인이 재차 주목받고 있죠.
동아일보 2017년 6월 8일 “비트코인, 신산업-공공성 측면서 논의해야”
동아일보 2016년 11월 10일. 10분간 5차례 에러…“결제 힘드네”
○ 비트코인에 먹칠하는 범죄의 향기
비트코인은 최근 투자시장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가격이 급등하면서 쏠쏠한 부수입을 노리는 직장인의 눈길을 끌고 있죠.
그런데 이러한 요즘 투자시장에서의 반응과는 달리 비트코인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습니다. 비트코인을 악용해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죠. 아래 2017년 6월19일 동아일보 A20면에 실린 기사 (※관련4: 거래 과정 철저히 감춰져… “달러 대신 비트코인 내놔라”)에 자세한 사례가 소개돼 있습니다.
‘○○기업 아들 박○○은 여종업원 폭행한 김○○ 지인. 여자 좋아함….’
지난해 6월 한 포털사이트에 접속한 박모 씨는 화들짝 놀랐다. 자신의 얼굴 사진과 함께 황당한 내용의 글이 게시된 것. 해당 사이트를 살펴보니 ‘제보하기/삭제요청’이라는 링크 안내가 있었다. 급하게 클릭하자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떴다. ‘비트코인 지불 시 빠른 삭제 가능합니다.’
가상화폐에 익숙지 않던 그는 잠시 망설였다. 일단 홈페이지 운영자 김모 씨(29)에게 삭제 요청 e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도착했다. 내용은 안내문보다 조금 더 친절했지만 비트코인을 요구한 건 마찬가지였다. “비트코인 지불 의사가 있으신가요. 금액은 3BT(Bitcoin), 현 시세로 210만¤220만 원 정도 됩니다.” 김 씨는 “비트코인을 안 보내면 게시글을 안 지우고 다른 글도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 전자지갑 주소까지 적어 보냈다.
김 씨는 같은 수법으로 두 달간 박 씨 등 6명을 협박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달 26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비트코인은 거래자가 누군지 추적하기가 어려워 해킹, 마약 거래 등 범죄 행위에 자주 악용됐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인 북한에서 비트코인이 외화벌이에 이용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죠. 일부 보안 전문가들은 북한 해커들이 해킹으로 벌어들인 돈을 비트코인을 이용해 추적을 피하고 있다고 의심합니다. 이런 사례들이 쌓여 비트코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죠.
동아일보 2017년 6월 19일. 비트코인 ‘쩐의 전쟁’이 온다.
○ 튤립 버블의 그림자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반짝, 금보다 귀했던 튤립의 거품 낀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자본시장 최초의 버블 붕괴(1637년)가 있었습니다. 최근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비트코인을 보고 ‘튤립 투기’가 떠오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죠.
국제 비트코인 정보 제공업체인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11일(현지 시간) 기준으로 1비트코인은 3018.54달러입니다. 비트코인이 3000달러를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죠. 지난해 12월 31일 968.23달러에서 무려 212%가 오른 겁니다.
이처럼 현재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는 전반적으로 가격이 오르고 있긴 하지만 하루에도 수십만 원씩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얘기죠. 투기성 자금의 유입이 많은 데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로 거래할 수 있는 가격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버블붕괴란 소리가 나올 법도 합니다.
동아일보 2017년 6월 13일. ‘가상화폐’ 투자와 투기 사이
전문가들은 과열 양상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건 그만큼 돈을 잃을 가능성도 높다는 의미여서죠. 그래서 당연한 얘기일수도 있겠지만 수익성을 따져 분산투자를 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이처럼 가격 변동 폭이 큰 비트코인이 만약 통화로 인정받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가상화폐의 지위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및 제재 수위가 달라집니다. 통화로 인정받게 되면 그만큼 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진다고 볼 수도 있죠. 하지만 국내 금융당국은 일단 신중한 모습을 보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상통화는 통화로 보기 어렵고, 금융 투자 상품으로 보기도 어렵다”며 “온라인상에서 거래되는 ‘디지털 재화’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요즘 투자시장의 핫(Hot)한 종목 비트코인. 주식 시장을 이을만한 신 투자 시장이 될지, 튤립 버블을 재현한 뒤 반짝하고 사라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동아일보 2017년 6월 17일. 금융당국 “통화로 보기 어려워”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