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기술주 버블론 일며 주가 주춤… 금리 인상 앞두고 차익실현도
삼성전자 등 신흥시장 대표 IT株, 성장잠재력 부각 대안으로 떠올라
미국 기술주가 거품(버블) 논쟁으로 부진한 가운데 아시아 정보기술(IT)주가 대안 종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 대표 IT주들은 실적이나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미국 기술주에 뒤지지 않는 반면 주가는 상대적으로 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들어 미국 뉴욕증시는 기술주가 주도했다. 특히 페이스북(Facebook)과 아마존(Amazon), 넷플릭스(Netflex), 구글(Google) 등 4개사의 앞 글자를 따 ‘팡(FANG)’으로 불리는 대표주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 들어 이달 16일까지 아마존은 주가가 31.72% 올랐고, 페이스북은 30.93% 상승하는 등 팡 주가는 평균 26.68% 뛰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들 미국 기술주에 대해 거품 논란이 일면서 주가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이달 초 나란히 1000달러 고지를 돌파했던 아마존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한 뒤 1000달러 선 아래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대표 기술주들이 주춤한 사이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대표 IT주들이 대안으로 급부상했다. 아시아 대표 IT주는 삼성전자(Samsung Electronics)와 중국의 텐센트(Tencent holdings), 알리바바(Alibaba),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 등으로, 앞 글자를 따서 ‘스탯(STAT)’으로 불린다.
스탯은 미국 기술주보다 영업이익 등 실적이 더 뛰어나지만 주가는 훨씬 싸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꼽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팡 종목의 영업이익은 약 600억 달러인 데 비해 스탯 종목의 영업이익은 800억 달러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TSMC 등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있어 영업이익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텐센트와 알리바바 역시 폭넓은 사업영역을 기반으로 성장 속도는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기술주에 비해 아시아 IT주가 차별화하고 있지만 팡 약세에 따른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표 기술주의 약세는 투자자들이 기업 실적에 대한 경계 심리를 갖기 시작했다는 뜻”이라며 국내 증시 역시 2분기(4∼6월) 실적에 따라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