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때 잠깐 주춤… 오르막길-오프로드선 쭉쭉
쌍용자동차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의 4륜 구동은 오프로드에서 빛을 발한다. 쌍용자동차 제공
티볼리를 제외하면 마땅히 대표 상품이 없었던 쌍용자동차가 지난달 출시한 G4 렉스턴의 흥행으로 방긋 웃고 있다. 그동안 기아자동차 모하비에 내줬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스타트는 호조다. G4 렉스턴은 출시 첫 달 2703대가 팔리며 모하비(1783대)를 눌렀다. 6일 G4 렉스턴을 2시간 반 동안 직접 운전해봤다. 시승 구간은 서울과 경기 일대 124km 코스였다. 고양대로, 자유로, 국도 37호선, 지방도 371호선에서는 도심과 고속 구간을 경험했고, 임진강 근처 2km 구간에서는 내비게이션에도 없는 수풀지대를 통과하며 오프로드 주행능력을 시험했다.
G4 렉스턴의 사양이 공개됐을 때 소비자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엔진이었다. 대형 SUV라는 거대한 몸집에 다소 연약해 보이는 2.2L 디젤 엔진을 얹었기 때문이다. 최대 출력은 187마력, 최대 토크 42.8kg·m다. 3.0L 디젤 엔진의 모하비(최대 출력 260마력, 최대 토크 57.1kg·m)와 비교하면 약점이 명확해진다. 쌍용차도 주행성능보다는 가격, 디자인, 편의사양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시승에서는 주행성능을 눈여겨 봤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갔다. 저속 구간에서는 특이점 없이 가속을 이어가다가 시속 60∼80km 구간에서 엔진이 잠시 주춤했다. 120km, 140km 구간에서는 변속 과정에 다소 주춤거림이 느껴졌다. 서스펜션은 단단한 느낌은 아니었다. 요철 위에서는 출렁거렸지만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다만 고속주행 시 안정감은 부족했다. 차의 무게중심이 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올해 서울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디자인은 렌더링 이미지보다는 둔감해진 면이 있지만 대형 SUV의 웅장함을 살려낸 편이었다. 가격(3350만∼4510만 원)은 최대의 강점이다. 모하비(4110만∼4915만 원)와 쏘렌토(2785만∼3655만 원) 틈을 공략했다.
총평하면 G4 렉스턴은 대형 SUV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모델이다. 주행성능은 다소 아쉽지만 일상에서는 부족한 감이 없고, 편의장치나 주행보조 시스템의 장점이 충분히 커버할 만하다. 다만 전체적으로 너무 무난한 감이 있어 초반의 인기를 어떻게 장기적으로 끌고 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쌍용차의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