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AIR 편집국]康, 에쿠스 대신 쏘나타 타겠다는데…
“장관이 에쿠스 대신 쏘나타 타면 차관과 본부장들은 뭐 타고 다녀야 하는 거죠?”
19일 오전 편집회의에서는 강경화 신임 외교부 장관이 배기량 2000cc짜리 일반 관용차인 하이브리드 쏘나타를 타기로 했다는 19일자 A3면 단독 보도를 놓고 와글와글 의견이 쏟아졌다.
“한 외교부 당국자가 농담으로 ‘차관과 본부장은 이제 자전거 타거나 걸어 다녀야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A 부장)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만든 ‘공용차량 관리규정(대통령령)’은 ‘차관급 이상 공무원’의 경우 국가가 제공하는 관용차를 탈 수 있다고만 명시했다. 부처들은 관례적으로 장관급 3800cc, 차관급 3300cc의 국산 대형차를 제공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외교부 장관, 비(非)고시 출신으로 고시 출신 남성 외교관들이 수십 년간 쌓아놓은 패권주의와 싸워야 하는 강 장관이 특권을 먼저 내려놓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았다.
“장관이 일 잘하면 되지요. 본업인 외교로 성과를 내면 되는 것 아닌가요.”(B 부장)
“환경부 장관도 아닌데 친환경 관용차를 타겠다는 건 장관 자신만 돋보이려는 ‘보여주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C 부장)
“외교부 장관은 특별히 한남동에 공관도 제공하는데 이런 발상이라면 장관 공관도 내놔야 하는 건가요?”(D 부장)
하지만 강 장관은 “지금 차(쏘나타)도 충분히 넓은데 굳이 큰 차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을 뿐이라고 외교부 관계자가 전했다. 19일 취임식 후 출입기자단과 만나 “쏘나타여서가 아니라 하이브리드라는 이야기를 듣고 계속 타기로 했다”고 했다. 외빈 의전과 관련해 한 당국자는 “만나는 사람(장관)이 중요하지 귀빈이 차가 작고 좁다고 의전을 문제 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 장관을 이해하는 측에서도 실용적인 우려들을 내놓았다.
“차는 장관의 업무 능률에도 영향을 줍니다. 특히 북한과 테러 문제 등을 다루는 외교부 장관의 차는 경호 문제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E 부장)
실제로 박근혜 정부 초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세종시와 서울을 작은 차로 오가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5개월 만에 아반떼 하이브리드를 3778cc급 에쿠스로 바꾸기도 했다.
정리=신석호 국제부장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