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초기 ‘외교 난맥’ 우려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청와대가 문정인 대통령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게 공개적인 경고장을 날리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없애고 신설한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다. 여기에 4강(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대사 등을 경험하지 않은 외교안보 분야의 라인업도 외교 난맥의 구조적 요인으로 꼽힌다.
○ 두 명의 ‘특보’를 둘러싼 잡음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와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외교안보특보에 임명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19일 나란히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문 특보의 발언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문 특보가 미국 출국 전 정 안보실장과 만나 해당 발언을 미리 이야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 안보실장 표현에 따르면 문 특보가 본인의 이야기를 했고, (정 안보실장은) 들었다”며 “정 안보실장은 (문 특보) 개인의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발언 내용을 사전에 듣고도 제대로 조율하지 않아 파장을 키운 셈이다.
또 다른 특보인 홍 전 회장은 뒤늦게 거취 문제가 불거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홍 전 회장의 특보) 해촉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보) 위촉 직후 홍 전 회장이 사의 표명을 했고, 몇 차례 (사의) 의사를 전달해왔다”며 “다른 특보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 이 문제를 밝히고 해촉할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이 일찌감치 사의를 밝혔는데도 청와대가 이를 쉬쉬한 셈이다. 취임 초 외교안보 라인의 난맥상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을 꺼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외교안보 라인의 구조적 문제?
한미 간 ‘외교 엇박자’는 새 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인적 구성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문 특보는 노무현 정부에서도 동북아시대위원장을 맡아 대북 정책에 깊숙이 개입했다.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은 2007년 10·4남북정상회담의 실무자로 참여했다. 임기 중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반면 ‘최고의 압박과 개입’ 정책을 내세운 미국은 대북 제재에 무게를 두고 있어 양국 정부의 출발점 자체가 다른 셈이다.
○ 정상회담 박차 가하는 文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전날 강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외교부 장관을 더 이상 공석으로 놓아둘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김 전 2차장 후임은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다. ‘말썽 많은’ 외교 특보 문제도 어정쩡하게 봉합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외교 데뷔 무대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간 불협화음을 해소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일정을 줄이고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준비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20일 공개 일정을 잡지 않은 것도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외교안보 라인을 둘러싼 각종 잡음을 불식시킬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