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시계 1년 앞으로]<4> 사법부 개헌방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향후 개헌 논의 일정을 확정했다. 5·9 대선에 앞서 4월 12일 대선 후보들을 초청해 개헌 관련 의견을 들은 뒤 68일 만에 재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개헌특위는 내년 지방선거 때인 6월 13일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기 위해 같은 해 2월까지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7월 12일까지 쟁점사항을 최종 정리하고, 제헌절인 7월 17일 국민 의견을 수렴할 홈페이지를 연다. 8, 9월 지방공청회도 추진한다.
권력구조 개편과 대통령의 권한 제한 등이 핵심 쟁점인 가운데 사법부 쇄신 논의도 활발하다. 검찰 권한 축소,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권한 조정 등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사법부 관련 규정 논의에서도 대통령의 사법부 인사권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 대통령의 사법부 인사권 축소에 공감
개헌특위 이주영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법원장 등을 인선할 때) 외부인사가 망라된 추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국회 동의를 거치는 방안이 주요하게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바로 지명하기보다는 대법관 중에서 호선(互選·조직 구성원이 서로 투표함)으로 대법원장을 선출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윤남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줄이면 누군가 그 권력을 대신 쥐게 된다”며 “특히 실질적 임명권을 대통령이 아닌 국회로 옮기자는 데 합의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장의 대법관 제청권도 축소 또는 폐지해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는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고르고,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제청하면서 결과적으로 순혈주의(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대법관)와 관료화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법부 인선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오히려 사법부 독립을 해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국회가 실질적 인사권을 갖게 되면 ‘정략적 나눠먹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인 것이다.
○ 대법원과 헌재의 ‘조직 지키기’ 경쟁
대법원은 이런 주장에 강하게 반발한다.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은 2월 “헌재가 전지전능한 재판을 한다고 볼 수 없다”며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사실상 4심제로 변질돼 소송비용만 증가한다”고 반대했다. 오히려 대법원은 “행정소송은 사법부 소관인 만큼 명령·규칙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은 사법부의 행정재판권을 침해한다”고 맞서고 있다.
헌법재판관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자’로 제한한 헌법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헌재가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3월 개헌특위 야 3당 간사 간 합의에서는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만 법관 자격을 요구하도록 했다.
○ 검찰 권한 축소도 핵심 사안
검경은 체포·압수·구속영장 신청 주체를 ‘검사’로 못 박은 헌법 조항의 수정을 두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검찰권 남용을 견제하려면 경찰도 영장 청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강력한 정보 수집 능력을 갖춘 경찰이 영장 청구권까지 갖게 되면 ‘경찰국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사장을 선거로 뽑는 검사장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를 두고도 검찰권 행사에 주권자의 의사가 반영된다는 긍정적 시각과 검찰력 통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