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음원시대 10년<상>멜론 주간차트 1위 분석해보니…
드디어 그날인 건가. 시큼한 땡볕. 코를 골며 명상에 잠겼던 에이전트7(임희윤)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불현듯 떠오르는, 옆집 소녀 복순이와 함께 동구 밖에 묻었던 교환일기. 그만큼 곰삭은 세월. 벌써 울컥한 에이전트2(정양환)는 뒤돌아선 채 어깨를 떨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2007년은 한국 대중음악사(史)에서 이정표와 같은 해였다. 21세기, 사람들은 더 이상 노래를 들으려 CD를 찾지 않았다. 갈수록 음반시장은 쪼그라들고 MP3파일이나 스트리밍 같은 음원이 승승장구. 결국 그해, 연간 5000억 원 규모였던 음반 산업을 음원(5039억 원)이 완전히 대체하는 지경에 이른다.
○ 걸그룹이 음원 시장 10년 주도…그래도 왕좌는 ‘빅뱅’
먼저 어떤 가수가 음원시장을 호령했는지 살펴보자. 강산이 1번 바뀌는 동안, 이곳의 지배자는 역시 지난해 데뷔 10주년을 맞았던 ‘아이돌 of 아이돌’ 빅뱅이었다. 지드래곤, 태양의 솔로 곡까지 포함해 18곡을 1위에 올렸고, 그 기간은 총 51주에 이른다. 빅뱅이 10년(524주) 가운데 9.7%나 차지한 셈이다. ‘아이돌로지’ 편집장인 미묘 음악평론가는 “빅뱅은 일반적인 남성 아이돌과 달리 소수의 팬덤은 물론이고 폭넓은 대중적 인기도 획득한 희귀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간차트 1위를 차지한 기간에 따라 톱10을 매겨 보면, 빅뱅을 제외하면 남성 아이돌은 한 팀도 없다. 아이돌과는 거리가 먼 리쌍과 싸이, 버스커버스커가 8∼10위를 차지했을 뿐이다. 솔로가수인 2위 아이유(36주)를 제외하더라도, 원더걸스 투애니원 씨스타 소녀시대 등 걸그룹이 압도적으로 강세다. 최고의 보이그룹들로 꼽히는 엑소나 방탄소년단 등은 주간차트엔 단 1주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 한류 붐은 일으켰으나 편식에 빠진 한국 음악
주간차트 10년 분석에서 드러난 또 하나의 특징이 있다. 바로 ‘쏠림 현상’이다. MBC 예능 ‘무한도전’ 관련 곡을 빼면, 상위 10위 팀이 1위에 오른 주를 모두 합치면 257주나 된다. 12팀이 절반에 육박하는 49.0%를 휩쓸었다.
한국 음악시장의 핵심 키워드인 ‘아이돌’과 ‘기획사’로 분석해 보면 이런 쏠림은 더 두드러진다. 전체 524주 가운데 아이돌이 1위를 차지한 주는 322주로 무려 61.5%나 차지한다. 더욱이 국내 3대 기획사로 꼽히는 SM과 YG, JYP 소속 뮤지션만 따져 봐도 38.3%(201주)다. 미묘 평론가는 “국내 시장의 특성상 ‘기획사가 만든 아이돌 음악’ 구도는 대세로 굳어진 지 오래”라며 “당연히 이런 편식은 아쉽지만 아이돌 제작 시스템이 해외에서도 통하는 음악 산업의 성장을 일궜다는 긍정적 측면도 적지 않다”고 평했다.
문제는 ‘소수에 의한 시장 과점’이 벌어진다는 건데…. 이런 경향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내놓은 ‘음악백서 2016’에 따르면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의 가온차트 1∼100위에 한 곡이라도 올린 적이 있는 기획·제작사는 2011년만 해도 241개였다. 하지만 2015년 195개, 지난해 145개로 팍팍 줄어들었다. 관련 업체가 1086개(2015년 기준)인 걸 감안하면 13.5% 남짓이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며 다양한 음악을 접할 기회는 획기적으로 늘었다”며 “그러나 음원 사이트와 유력 기획사에 영향력이 집중되며 오히려 대중의 선택은 폭이 좁아지는 ‘취향의 획일화’란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다음 날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