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문체부장관 취임사 화제 키플링 시-러셀 자서전 인용, ‘영혼 있는 공무원상’ 거듭 강조 “진정성 느껴져” 내부 반응 긍정적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너는 비로소/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시집 ‘접시꽃 당신’으로 잘 알려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취임사 중 한 구절이다. 도 장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만일’을 인용하며 문체부 공무원들에게 ‘영혼 있는 공무원이 돼 달라’고 주문했다. 도 장관은 국정 농단 사태 등을 겪은 문체부 공무원들의 자성을 촉구하는 한편 조직 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도 장관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새 정부에서는 대한민국을 살리는 명령을 내려 달라’고 밝힌 문체부 공무원의 증언을 언급하며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취임사에 대한 문체부 내부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문체부의 한 관계자는 “딱딱하고 형식적인 취임사가 아니라 공무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진정성 있는 취임사였다”며 “취임식이 끝난 뒤 장관이 언급한 시가 인상적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정 농단 및 블랙리스트 사태를 거치며 문체부 공무원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를 거스르지 못한 것에 대한 괴로움이 컸다”며 “장관이 취임사에서 부당한 지시를 내리지 않을 것을 약속한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고 했다.
이 밖에 도 장관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 △쉽게 체육활동 할 수 있는 환경 △국민의 쉼표 있는 삶과 관광의 균형 발전 △지역문화의 고른 발전 △공정한 예술 생태계 조성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도 장관은 취임식 후 출입기자들과 만나 블랙리스트 청산과 재발 방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수일 내에 지원 배제 명단에 올랐던 예술인 등 15명 정도 참여하는 (블랙리스트 사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며 “진상조사분과와 제도개선분과로 나눠 3개월 정도 운영하고 필요하면 1개월 정도 연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국정 농단에 관여한 공무원에 대한 책임도 묻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