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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소득공제 축소-세액공제 한도 둬 면세자 비중 줄여야”

입력 | 2017-06-21 03:00:00

세법개정 앞두고 조세연구원 공청회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을 줄이기 위해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책연구원에서 나왔다. 정부는 세액공제의 한도를 두는 안을 포함해 면세자 비중을 낮추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불과 3년 전 온 나라를 시끄럽게 한 ‘연말정산 파동’의 기억이 생생한 상황에서 봉급생활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당장 실현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안이 아니어서 새 정부에서 근로자 공제 축소를 추진할 내부 동력이 탄력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46.5% vs 5.9%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표자로 나선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2013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32.2% 수준이었던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중이 2015년 46.5%로 14.3%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2005년 48.9%였던 면세자 비중은 2013년까지 꾸준히 감소하다가 2014년 47.9%로 치솟은 뒤 2015년에 다시 1.4%포인트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근로소득자 두 명 중 한 명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면세자 비중은 높은 수준이다. 주요국의 소득세 면세자 비중은 △미국 35.8% △캐나다 33.5% △호주 25.1% △영국 5.9% 등에 불과했다. 평균소득의 50%를 버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한국의 평균 실효세율은 0.76%에 그쳤다. 과세표준 1000만 원에 떼는 소득세가 채 10만 원도 안 됐다는 뜻이다. 일본(5.33%), 프랑스(7.86%), 영국(8.23%) 등은 한국보다 월등히 높았다.

전 본부장은 면세자 비중을 줄이기 위한 대안으로 △표준세액공제 축소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을 제시했다. 이 대안들을 활용하면 면세자 비중을 최대 10%포인트 줄일 수 있으며 추가 세입도 최대 1조2000억 원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 정부, 면세자 비중 축소 나설 듯

조세연구원이 매년 이맘때 개최하는 세법 공청회는 기획재정부가 세법 개정안에 담기 위해 검토 중인 방안을 미리 제시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다.

하지만 정부가 면세자 비중 축소를 실현하기에는 적잖은 난관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다가 봉급생활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친 전례가 있다. 정부에서는 깎아주던 세금을 원래대로 걷는 것이지만 근로자에게는 사실상의 증세(增稅)나 다름없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대부분 난색을 표했다. 김갑순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은 “정부가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해 세수 증대 효과가 있었는데 이제 와서 면세자가 많다고 일정 소득계층의 세금 부담을 늘린다는 것은 또 다른 편법 증세”라고 말했다.

근로자들의 소득이 자연스럽게 늘어 세금을 내게 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기 때문에 면세자 축소를 위한 세법 개정은 후순위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최선의 방법은 자연임금 상승을 통한 면세자 축소인데, 소득을 늘려 면세자에서 탈출해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