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미국의 조직문화 진단 컨설팅사인 휴먼시너지스틱스는 팀의 효율성이란 우수성(quality)과 수용성(acceptance)의 곱이라고 정의한다. 우수성이란 판단력, 의사결정, 전략 등의 품질이 우수한 것을 나타낸다. 주로 논리와 관련이 된다. 수용성은 관계와 관련된 것으로 그러한 우수한 의사결정이나 전략을 팀 내 구성원들이 받아들이고 지지하며 협조하는 것을 뜻한다. 쉽게 말해 우수성은 ‘옳음’을, 수용성은 ‘먹힘’을 뜻한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 하더라도 팀 내에 먹히지 않는다면 종이 위의 전략이나 계획일 뿐이다. 소위 똑똑한 사람이 매니저로서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는 맞는 소리를 할 줄은 알아도, 어떻게 상대방에게 먹히게 만들 것인지는 고민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사로서 부하직원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감성지능(EQ)으로 유명한 대니얼 골먼은 관계를 쌓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술로 듣기를 말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5분이 되었든 10분이 되었든 온전한 주의력을 상대방에게 쏟아야 한다는 점이다. 골먼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컴퓨터 화면을 보지 말고,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며 그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에 온전히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고, 필요로 하는지. 당신의 판단이나 조언은 내려놓고 말이다. 듣기란 남이 말하는 것을 잘 듣는다는 의미보다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이 이야기하도록 끌어내는 기술을 뜻한다.
직장 내에서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겸손한 질문에는 무엇이 있을까. 2016년 동아비즈니스포럼에 연사로 참여한 미래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대니얼 핑크는 세 가지 질문을 조직 내에서 자주 던져보라고 제안했다. “요즘 무슨 일을 하고 있나요?” “그 일을 하는 데 있어 무엇이 필요한가요?” “제가 도움드릴 것이 있을까요?” 핑크는 만약 어떤 조직에서 서로가 이러한 질문들을 던질 수 있다면, 그 조직의 문화는 상당 부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커뮤니케이션 컨설팅을 하다 보면 가끔 임원들로부터 어떻게 하면 더 소통을 잘할 수 있을지 질문받을 때가 있다. 이때 내가 그분들에게 하는 첫 번째 조언은 부하직원과 일대일로 티타임을 가지며, 조언이나 판단하려 하지 말고, 질문으로만 대화를 이끌어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라는 것이다.
오늘 한번 동료나 부하직원과 차 한잔 마시며 겸손한 질문을 던지며, 그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들어보자. 아마도 10분 동안 전화기나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고 집중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골먼은 경청의 기술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우선 내가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고 있다는 점을 깨닫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회의나 회식 등의 자리에서 윗사람들은 너무 이야기를 많이 한다. 절대 아랫사람들이 당신의 이야기가 정말로 흥미롭고 유익해서 듣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기를. 그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며 엄청난 인내력을 발휘하고 있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