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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車업계 기술 고만고만… 디자인이 최종 승부처

입력 | 2017-06-22 03:00:00

[新디자인 경영/시즌4]<2> 디자인으로 혁신 나선 자동차社들




현대·기아자동차 유럽 디자인센터에서 디자이너가 클레이 모델을 활용해 차량을 디자인하는 모습(위쪽 사진)과 세련된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무대에서도 호평을 받은 르노삼성자동차 SM6. 각 사 제공


13일 경기 고양시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 현대자동차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코나(KONA)의 시장 출시를 알리는 자리에서 현대디자인센터 루크 동커볼케 센터장과 이상엽 스타일링담당 상무가 무대에 섰다. 두 사람은 코나의 디자인을 설명하며 SUV를 넘어 현대차의 아이콘을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날은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직접 코나의 특징을 설명했다. 그런데 이에 앞서 현대차의 디자인 책임자 두 명이 카메라 앞에 선 것은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디자인에 두고 있는 비중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기술 수준이 비슷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감성적 만족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차별화 요소가 되는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적극적인 해외 디자이너 영입으로 디자인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이던 2006년 승부수로 꺼내 든 카드가 바로 디자인이다. 정 부회장은 ‘세계 3대 디자이너’로 알려진 피터 슈라이어(현재 현대·기아차 디자인 총괄 사장)를 영입하기 위해 유럽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영입한 슈라이어는 기아차에 ‘패밀리룩’을 만들어내고 쏘울과 K시리즈 등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디자인의 힘을 톡톡히 보여준 그는 2013년부터 현대·기아차 디자인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같은 브랜드 안에서는 차종이나 차급이 달라도 비슷한 모습을 드러내는 패밀리룩 디자인은 최근 자동차 디자인 전반을 지배하는 큰 흐름이기도 하다.

이후 현대차는 영역별, 지역별로 특화된 디자이너를 영입해 왔다. 벤틀리 등에서 일했던 동커볼케 센터장과 이 상무는 2015년과 지난해 연이어 현대디자인센터로 합류했다. 지역별로도 미국과 유럽에 위치한 현대차 디자인센터의 수장을 모두 외부에서 영입한 디자이너가 맡고 있다.

2014년 3월 독일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유럽디자인센터를 방문했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얘기는 디자인의 가치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정 회장은 “우리 차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전 세계 고객들로부터 디자인 때문에 선택하고 있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업계를 선도하는 혁신과 품격이 함께 담긴 디자인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현대차는 최근 사이먼 로스비 폴크스바겐 중국디자인 총괄을 현대차 중국기술연구소 중국디자인담당 상무로 임명하면서 중국 시장 실적 회복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뿐만이 아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도 저마다의 디자인 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한국GM은 인천 부평구 본사 디자인센터에서 주로 소형차 디자인을 하고 있다. 200여 명이 근무하는 이 센터는 쉐보레 스파크와 트랙스 등의 디자인에 참여했다.

특히 한국GM은 순수 전기차인 볼트(Bolt) EV 디자인을 주도했다. 1번 충전으로 380km를 달릴 수 있는 장거리 주행 전기차에서 구현된 디자인 특징은 미래 자동차 디자인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볼트 EV는 배터리를 차체 바닥에 둬 공간감을 키우면서도 무게 중심을 낮출 수 있었다. 또 뒷좌석 바닥을 완전히 평평하게 만들어 공간 편의성을 높였다. 볼트 EV 디자인을 주도한 조상연 한국GM 디자인센터 상무는 “엄마가 아이를 데리고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전기차를 구상하며 디자인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웅장함과 역동성, 경쾌함을 디자인으로 표현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특히 최근 출시한 대형 SUV G4 렉스턴 디자인 전반에서는 최고의 균형감을 주는 황금비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차량 개발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은 차량 개발 전체에서 디자인의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가 선정한 ‘2017년 올해의 차’ ‘2017 올해의 디자인’ 등 2개 부문을 석권한 SM6의 디자인을 주도한 성주완 르노삼성자동차 수석디자이너의 설명이다. “슈퍼 디자이너의 시대는 아니지만 디자이너가 직접 챙겨야 하는 영역이 더 커지고 있다. 소비자의 오감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과거엔 엔지니어링 영역에 속하던 일을 디자이너가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 동아일보·한국디자인진흥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