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기업 매출-영업이익 정보공개 법 추진 오세정의원 관련법 개정안 발의… 국내 기업 역차별 논란 해소나서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매출 및 영업이익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된다. 한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사업장과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의 문제는 국내 IT 업계에서 오랫동안 제기돼 왔던 이슈다. 국내 IT 업계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세’ 국내 도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오세정 국민의당 국회의원은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21일 밝혔다. 개정안에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경쟁상황 평가를 실시하고 이를 위한 자료 제출을 요구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오 의원은 “국내 사업자는 정부가 요청하면 자료를 공개하고 공시나 감사 의무가 있는 반면 유한회사로 등록한 글로벌 IT 기업은 이러한 법적 의무가 없어 실태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며 “공정한 인터넷 시장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보통신 시장 참여자 간 규제 형평성을 위한 공정 경쟁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공약에서 밝힌 바 있다. 정부도 막강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영업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의 규제 적용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월 ‘외국사업자 집행력 확보 방안’을 주제로 법무법인 세종에 연구용역을 줬다. 방통위 관계자는 “국내 및 해외 기업 간 규제 형평성 문제가 글로벌 기업들에 국내법을 소극적으로 적용한 것에서 발생한 경우가 많다고 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용역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글로벌 IT 공룡 견제 움직임에 동참했다. 최근 일본 공정거래위원회는 IT 기업의 빅데이터 독점을 막기 위해 빅데이터와 관련한 공정경쟁 지침을 마련키로 했다. 일본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데이터를 싹쓸이하는 글로벌 기업을 견제하면서 자국민의 개인정보 및 관련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얼마 전에는 인도네시아 세무당국도 구글과 체납세 추징 협상이 타결됐다고 밝혔다.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세계 각국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IT 업계는 한국 정부도 구글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등을 상대로 법인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세금 제도를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광고를 활용해 국내에서 매출을 내고 있음에도 서버가 국내에 없다는 이유만으로 과세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외국계 기업에 유리한 현행 조세 제도를 해결해야 인터넷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crystal@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