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희 논설위원
특목고 없애면 일반고 살까
그런데 외고와 자사고를 없앤다고 해서 일반고가 살아나느냐면 그건 아니다. 특목고가 없어지면 학생들이 열패감에 젖어 일반고에 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잠자는 일까지 막을 수 있을까. 일반고의 쇠락엔 우수 학생들이 오지 않는 이유 말고도 다양한 원인이 있는데, 눈엣가시 하나를 제거했다고 해서 일반고가 살아나진 않는다.
인간의 본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사교육이 있는 이유는 자녀의 입시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명문대에 입학할 확률을 높이는 데 있다. 말로는 자녀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표현을 빌리자면 ‘신분 상승의 열망’이다. 경쟁이 있는 한 사교육은 존재한다. 한국처럼 소수의 지위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는 더욱 그렇다. 경쟁에서 이기고자 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사교육의 덫은 죄수의 딜레마와 같다. A와 B 학생이 있다고 치자. B가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사교육을 받는 A가 유리하고, B가 사교육을 받으면 사교육을 받지 않는 A가 불리해진다. 따라서 B가 사교육을 받건 받지 않건 A가 사교육을 받는 게 유리하다. 공범관계의 죄수들 사이에서 상대가 자백하건 자백하지 않건 내가 자백하는 게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이는 경쟁이 사교육의 존재 이유임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게 본성
정부와 학부모는 사교육을 두고 쫓고 쫓기는 게임을 하고 있다. 논술전형이 도입된 노무현 정부에서 학부모들이 논술학원으로 몰려가 노 정부가 학원강사로 진출한 386운동권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있었다. 이명박 정부가 입학사정관제, 즉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하자 복잡한 대입전형을 통과하기 위한 컨설팅업체와 자기소개서 대필업체가 등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수능에서 영어절대평가를 도입하고 문과생 취업난이 심화하자 이른바 ‘닥수’(닥치고 수학) 현상과 함께 수학학원이 코스닥에 상장된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