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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엄마 정유라와 아이

입력 | 2017-06-22 03:00:00


미처 기억하지도 못하는 어린 시절 엄마의 부재(不在)는 인간이 겪는 최초의 트라우마라고 한다. 프로이트에게는 태어난 지 1년 반 된 손자가 있었다. 그 아이는 줄이 매여 있는 나무 실패를 커튼이 쳐진 침대 너머로 던져 사라지게 했다가 다시 끌어당겨 찾는 놀이를 반복했다. 실패처럼 사라진 엄마를 다시 찾는 놀이로 고통을 견뎌내는 것이라고 프로이트는 해석했다.

▷2014년 11월 중국에서 마약을 들여온 혐의로 구속 기소된 30대 여성이 있었다.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뒤 임신 사실을 알게 됐고 구치소에서 출산까지 했다. 항소심에선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법정까지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여성에 게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판결 이유 중 하나는 아이가 관련된 조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내려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이다.

▷법원이 그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해 재청구된 영장을 다시 기각했다. 기각 사유는 새로 추가된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다는 것이지만 최 씨가 이미 구속돼 있고 정 씨가 24개월 된 아들을 돌봐야 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 씨에 대한 영장 재청구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되고 나서 사회적 관심을 끈 첫 사건이다. 수사는 불구속으로 얼마든지 가능하고 한 사건에서 어머니를 구속하면 딸까지는 구속하지 않는다. 윤 지검장은 이런 관례를 깨고, 그것도 아이 엄마를 상대로 영장을 재청구했다. 송나라 문인 소동파 왈, “정의로움도 지나치면 잔인해진다”.

▷엄마가 무슨 일을 했든 아이는 아이로서 보호받아야 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이 강조한 것은 엄마가 죄인일 때조차도 아이를 먼저 고려하라는 것이다. 검찰은 정 씨에 대해 세 번째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조국 대통령민정수석이 이전 정권은 인권 무시 정권이었던 양 새삼 인권을 강조하고 국가인권위원회 강화를 외친 것이 엊그제다. 인권위는 아이 엄마의 영장을 청구하고 또 청구하는 데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