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덕 산업부 차장
2006년 설립 당시 20명으로 출발한 DJI는 8000개의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11년 만에 임직원이 400배로 늘었다. 게다가 1500명의 연구 인력은 물론이고 선전, 상하이, 홍콩, 서울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의 판매 직원들도 모두 정규직이다. 임직원 평균 나이는 27세에 불과하다. DJI는 “청년 인재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설명한다. 중국은 드론 관련 규제가 아예 없다. 이는 드론 산업의 급성장으로, 또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졌다.
일본 도쿄에서 2010년 설립된 테라드론은 드론을 활용한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를 비즈니스모델로 삼은 스타트업이다. 드론을 날려 수집한 정밀 측량 정보를 분석해 건설업체나 농장 등에 제공하는 소프트웨어업체다. 일반인들이 드론을 날리기는 일본도 한국만큼이나 어렵다. 하지만 테라드론처럼 산업용 드론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딱 한 번 관련 사업 허가를 받으면 이후 어떤 장소에서 어떤 파트너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든 제약 없이 드론을 띄울 수 있다. 현재 90명이 일하는 테라드론은 대대적인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 창업자인 도쿠시게 도루 최고경영자(CEO)는 “상품은 준비됐다. 고객도 충분히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우리와 함께 일할 훌륭한 인재를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한창 성장할 때 썼던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 전략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던 시대는 지났다. ‘한강의 기적’은 모든 나라가 비포장도로에서 천천히 달릴 때나 가능했던 과거의 유산이다. 지금의 퍼스트 무버(선도자)들은 고속도로에서 눈 깜짝할 사이 저만치 달아나 후발주자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다.
‘규제프리존법’처럼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이 대선 공약에까지 등장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은 이런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국민의 요구가 없어도 국회가 진작 했어야 할 일이다. 심지어 새 정부가 출범한 지 40일이 넘도록 이런 논의는 여전히 후순위로 밀려 국회 서랍 속에 묻혀 있다. 이러다가는 ‘제2의 드론’, ‘제3의 드론’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도쿠시게 CEO는 “스타트업에는 타이밍이 모든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뿐만이 아니다. 나라 경제도 타이밍을 놓쳤다가는 영영 기회가 오지 않을지 모른다.
김창덕 산업부 차장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