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종대 논설위원
5년마다 바뀌는 對北정책
역대 정부의 대북 정책은 한국인도 잘 모른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 정책이 나왔기 때문이다. 5공화국의 민족화합민주통일방안이나 6공화국의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 문민정부의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은 이름만 들어도 헷갈린다. 박근혜 정부 초기 한반도 전문가를 초청한 베이징의 한국 외교관은 정작 박 정부와 역대 정부의 정책 차이를 묻는 중국학자의 질문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고 한다.
북한 역시 남북문제에 관한 한 일관성이 있다. 북한의 통일방안인 고려연방제는 1960년에 나왔다. 1973년 단일 국호의 명칭을 고려연방공화국으로, 1980년엔 ‘고려민주연방공화국’으로 바꿨지만 1민족 1국가 2제도 2정부라는 핵심 틀은 바뀐 적이 없다. 미군 철수나 북-미 평화협정 체결 요구도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2005년 2월 핵 보유 선언 이후 핵 포기는 절대 거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추가 도발을 중단한다면 조건 없이 대화에 나설 수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취임 이후 첫 대북 제안을 내놨다. 핵 포기를 전제해야 대화할 수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과 차이가 크다. 오히려 긴장 조성 반대와 6자회담의 재개를 주장하는 중국의 입장과 맥이 닿는다. 설사 북한이 거부하지 않아도 동맹국과 갈등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안들이 우리 내부에서조차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다는 사실이다. 여야는 물론 정권 내부에서도 의견이 갈린다. 그러니 보수·진보 간 정권교체는 물론 같은 세력끼리 정권을 이양한 때도 정책이 확 바뀐다. 통일정책이 나올 때마다 남북 갈등 못지않게 남남 갈등이 심한 이유다.
여야 합의로 지속가능 정책을
하종대 논설위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