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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 대신 학교 가는 로봇… 폐의류 에탄올로 달리는 車

입력 | 2017-06-24 03:00:00

[오늘은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IJD)’]세계언론이 전한 기발한 아이디어




세계 도처에서 인류가 직면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체인지 메이커’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덴마크 일간지 폴리티켄은 외출이 힘든 환우들을 대신해 학교생활을 돕는 학습도우미 로봇 ‘빔’을 조명했다(위쪽 사진). 일본 아사히신문은 쓰레기를 재활용한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쓰는 차 ‘들로리언’을 소개했다. 사진 출처 폴리티켄·아사히신문

덴마크 코펜하겐에 사는 유수프 와삼(13)은 학교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다. 얼굴 등에 종양이 자라는 희귀 유전병을 앓고 있는 그는 감염에 취약해 외출을 자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집 안에만 있던 그가 요즘 학교 친구들과 함께 영어를 배우는 재미에 푹 빠졌다. 요술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그를 대신해 학교에 가는 로봇 ‘빔(Beam)’ 덕분이다.

올해 임팩트 저널리즘 데이(IJD·Impact Journalism Day)에 참여한 세계 각국의 언론사들은 이렇게 세상을 바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찾아내 소개했다. 우리의 미래를 바꿀 앞서가는 과학기술부터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생활에 큰 도움을 주는 발상의 전환 사례까지 다양했다.

덴마크 일간지 폴리티켄은 와삼의 학습도우미 로봇 빔을 조명했다. 로봇은 머리 부분에 있는 모니터와 카메라, 그리고 아래쪽 바퀴 3개가 전부일 정도로 다소 엉성한 모습이다. 그러나 와삼에게는 둘도 없는 친구다. 이 로봇을 통해 집에서 학교 수업을 들을 수도 있고, 학교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수도 있기 때문이다.

와삼은 집 컴퓨터를 통해 로봇 빔이 보내주는 영상과 음성을 통해 간접적으로 학교생활을 한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기에 와삼의 영어 발음을 선생님이 듣고 교정해 주기도 한다. 수업 참석이 가능할 뿐 아니라 마우스 조작으로 빔을 원하는 곳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그렇게 학교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휴식시간엔 운동장으로 빔을 보내 친구들과 함께 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비록 학교엔 가지 못하지만 로봇을 통해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로봇 빔은 2년 전 교사 프란시스 뇌르고르 씨와 정보기술(IT) 개발자 모르텐 야콥센 씨의 노력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와삼과 같이 질병이나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교에 나올 수 없는 아이들이 또래와 같이 학교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임무다. 개발자들은 현재 최고 4700유로(약 600만 원)가량인 로봇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다. 또 무선인터넷 이동 기술을 발전시켜 빔이 학교를 벗어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되면 소풍이나 수학여행도 따라갈 수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공상과학(SF) 영화의 한 장면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 얘기를 소개했다. 의류무역 회사를 다니던 이와모토 미치히코 씨는 플라스틱이나 캔과 달리 상당수의 의류들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폐기 처분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10년 전 ‘일본환경계획’이란 자원재생회사를 직접 차린 그는 폐기되는 면 소재 옷을 재활용해 바이오에탄올 연료로 바꾸고, 폴리에스테르를 재활용해 우산 등 생활용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재활용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적었다.

그때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1985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였다. 시리즈 1편 말미에 에밋 브라운 박사가 미래에서 타고 온 스포츠카 들로리언이 각종 쓰레기를 재활용한 연료로 하늘을 나는 놀라운 장면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에 이와모토 씨는 도쿄대 출신의 공학자 마사키 다카오 씨와 의기투합했다. 시행착오 끝에 면을 재활용한 바이오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들로리언을 만들어 일반에 공개했다. 공개 날짜는 영화 속 1985년에 살던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날아간 미래인 2015년 10월 21일에 맞췄다. 영화 같은 일이 현실이 되자 많은 사람들이 재활용 연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와모토 씨는 사업 초기만 해도 아웃렛에 폐의류 수거함을 하나도 놓지 못해 전전긍긍했지만 이제는 70곳과 계약을 맺고 폐의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있다.

꼭 첨단 기술이 도입돼야만 삶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방글라데시의 일간 ‘더 데일리 스타’는 간단한 과학 지식으로 만든, 전기가 필요 없는 친환경 에어컨 ‘에코쿨러(Eco-Cooler)를 소개했다. 방글라데시는 여름이면 기온이 45도까지 오르며 푹푹 찌지만, 도시를 제외하고는 에어컨을 구경하기 어렵다.

방글라데시 광고대행사 그레이 다카는 지난해부터 ‘값싼 에어컨’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일단 제작부터가 간편하다. 가운데를 자른 페트병의 상단 부분 수십 개를 널찍한 판 위에 꽂아 넣으면 완성된다.

이 판은 창문 등을 대체해 설치되는데 페트병의 입구 쪽이 집안으로 향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외부의 더운 공기가 좁아지는 통로를 거쳐 집 안으로 들어가면서 시원한 바람으로 변한다. 입을 동그랗게 해 바람을 불면 차가운 바람이 나와 뜨거운 음식을 식혀먹는 것과 같은 원리다. 좁은 곳을 통과하는 공기가 기압 차로 인해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에코쿨러를 설치한 가정의 실내는 설치 전보다 5도가량 낮아져 성능도 입증됐다. 이 친환경 에어컨은 입소문을 타고 1년 만에 2만5000가구에 보급되며 사랑을 받고 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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