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년 동안 책의 향기 회의에 참석하면서 ‘나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신간을 처음 받으면 책날개를 뒤적이며 저자 경력과 출판사 이름부터 확인하는 습관이다. 처음엔 책에 대한 선입관을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에 스스로 조심했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어느새인가 책날개부터 먼저 들춰봤음을 솔직히 고백한다. 짧은 시간 안에 책의 완성도를 가늠하는 데 유용한 정보라고 여겼다. 투자자가 금융상품을 결정할 때 이른바 ‘트랙 레코드’(투자 실적)를 따져보는 것에 비교하면 너무 과할까.
하지만 문화는 결코 효용성으로 환원할 수 없는 가치임을 깨달았다. 이쯤에서 짧은 반성문을 하나 써 보자. 이달 초 리뷰 기사를 쓴 ‘반 고흐의 귀’(버나뎃 머피 지음)는 저자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자칫 놓칠 뻔한 명작이었다. 전문 미술사학자가 아닌 데다 요양하면서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려고 고흐의 귀 절단 사건을 추적하기로 했다는 저자의 말에 그저 ‘가벼운’ 책인 줄 알았다.

빈센트 반 고흐가 프랑스 아를에 머물렀을 때 자주 찾았던 카페. 그는 이 동네에서 스스로 귀를 잘랐다. 동아일보DB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