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9 부동산 대책 이후
25일 경기 성남시 판교신도시 ‘판교 더샵 퍼스트파크’ 본보기집이 인파로 붐비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 규제가 강화되기 전 막차를 타려는 수요까지 몰리면서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5만5000여 명이 본보기집을 찾았다. 포스코건설 제공
본보기집에서 만난 윤모 씨(52·분당구 정자동)는 “지금 사는 집이 워낙 낡아 새 아파트로 이사해볼까 하고 찾아왔다”고 말했다. 판교신도시에 직장이 있는 최모 씨(37·여)는 “대출 규제가 심해지기 전에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하기 위해 들렀다”고 말했다.
23일 개장일부터 이날까지 5만5000여 명이 본보기집을 찾았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판교에서 2013년 이후 4년 만에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여서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다”며 “청약조정 대상 지역인데도 서울과 달리 1년 6개월간 분양권 전매가 제한되는 점도 눈길을 끌고 있다”고 전했다.
○ 6·19대책에도 분양 열기…“공급 확대 시그널 필요”
특히 6·19대책은 서울 전역에서 분양되는 새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금지했지만 신규 분양을 받으려는 열기를 꺾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와 은평구 수색동의 ‘DMC 롯데캐슬 더 퍼스트’ 본보기집에는 각각 2만 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강우천 대우건설 분양소장은 “초역세권 단지인 데다 소형으로만 구성돼 실수요자와 투자 수요 모두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또 이 단지들은 6·19대책으로 강화된 대출 규제가 시행되기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도 몰렸다. 이번 대책에 따라 청약조정 대상 지역에서는 아파트 중도금·잔금 대출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60%로 강화되고, 잔금 대출에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50%)가 새로 적용된다. 다만 이런 대출 규제는 다음 달 3일 이후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아파트부터 시행된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실수요자들이 LTV와 DTI가 강화되기 전에 청약을 서두르면서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몰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치렀던 노무현 정부 때처럼 이번 정부도 공급 확대보다는 수요 억제에만 치중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필요하다면 공급을 확대할 여지가 있다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기존 매매시장은 진정 국면
열기가 계속된 분양시장과 달리 수도권의 기존 아파트 매매시장은 6·19대책의 여파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원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은 대책 발표 이후 호가가 수천만 원씩 하락하며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강남구 개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 현장 단속에 대책까지 나오면서 매도자, 매수자 모두 눈치만 보고 있다”며 “예전 고점보다 가격을 5000만 원 낮춘 매물이 나와야 관심을 보이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7% 올라 전주(0.32%)보다 상승률이 절반 수준으로 꺾였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는 상승률이 0.32%에서 0.08%로 대폭 줄었다. 강동구 재건축 단지(―0.05%)는 3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6·19대책으로 일단 집값 상승세는 제동이 걸렸다”며 “8월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나올 때까지 관망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