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어린왕자’(생텍쥐페리·더스토리·2016년) 》
이달 초 찾은 서점에서 초판본 디자인으로 재발간한 책 ‘어린왕자’가 눈에 띄었다. 수첩만 한 크기여서 ‘출퇴근길에 볼 수 있겠다’는 가벼운 심정으로 책을 골랐다. 하지만 한 번 잡은 책에서 좀처럼 눈을 떼기 어려웠다. ‘네가 오후 네 시에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라는 문장을 포함해 몇몇 문구에선 바쁜 일상에 잊고 지냈던 가벼운 설렘마저 느낄 수 있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소행성에서 장미꽃을 돌보다 꽃의 까다로운 성격에 지친 어린왕자가 다른 별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별에서 왕(권력형), 허영쟁이(자기과시형), 술꾼(자포자기형) 등을 만난다. ‘어른들은 이상해’라고 말한 어린왕자는 마지막 별인 지구에서 만난 여우의 말에 깨달음을 얻는다. “네가 길들인 것에 책임이 있으니까 너의 장미는 네가 책임져야 해.”
초등학교 시절부터 몇 차례 읽었던 어린왕자였지만 이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책의 화자인 비행기 조종사 모습에 작가 생텍쥐페리가 겹쳤다. 실제로 생텍쥐페리는 비행기 조종사였고, 리비아 사막에 불시착해 닷새 만에 구조됐다. 소설 속 조종사도 사고로 사막에 불시착해 어린왕자를 만난다.
그냥 목차만 훑어보려던 책을 마지막 장까지 넘기고 말았다. ‘어른들 모두 처음에는 어린이였다’는 문장이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았다. 지금 나는 지난 어린 날의 나를 잊고 사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