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어제 전북 무주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식에서 “1991년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최고의 성적을 거뒀던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대회의 영광을 다시 보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 태권도시범단이 10년 만에 방한해 시범공연을 하는 등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성사된 남북 스포츠 교류를 계기로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고 싶다는 희망일 것이다.
스포츠가 모든 장벽과 단절을 허무는 가장 강력한 평화의 도구라는 문 대통령의 발언은 일리가 있다. 실제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가 단일팀으로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해 남북은 감동의 물결로 하나가 됐다. 남북 선수단이 한반도기(旗)를 앞세워 처음 함께 입장한 2000년 시드니 여름올림픽부터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대회까지 9차례의 국제 스포츠 행사에 남북이 공동 입장해 화해 무드가 고조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이 핵·미사일 실험은 물론이고 2008년 우리 금강산 관광객을 무참히 살해함으로써 남북관계가 지금의 경색에 이른 것이다.
7개월 남은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남북단일팀 구성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북은 피겨 페어스케이팅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아직 출전 쿼터를 획득한 종목도 없다. 당장 이번에 방한한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조차 “남북단일팀은 쉽지 않고 공동 개최는 늦었다”고 말하는 실정이다. 그는 “탁구가 중-미 관계를 개선했다고 하지만 (양국의) 정치적 지반이 다져졌기 때문에 핑퐁을 촉매제로 이용한 것”이라며 “스포츠 위에 정치가 있다”고 훈수하듯 말했다. 남북 간에도 정치적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단일팀도 가능하다는 얘기로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