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 재판 쟁점은
25일 법조계와 재계 등에 따르면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변호인단은 재판의 핵심 쟁점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검과 변호인단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쟁점은 국민연금공단이 2015년 7월 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 간 합병안에 찬성해 1388억 원의 손해를 입었느냐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져 삼성물산 합병이 무산됐다면 오히려 국민연금 자산가치가 더 크게 하락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옛 삼성물산의 주가는 2015년 5월 26일 합병 발표 직전일인 5월 22일 5만5300원에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의 찬성 결정 직전일인 7월 9일 6만3600원으로 올랐다. 같은 시기 제일모직 주가도 16만3500원에서 17만4500원으로 상승했다. 두 회사 지분을 모두 보유한 국민연금의 지분 가치는 총 2조370억 원에서 2조2540억 원으로 2170억 원(10.7%) 늘어났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3.42% 하락했다.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당시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물산 주가가 22% 하락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추후 삼성물산에서 약 3조 원 규모의 추가 부실이 드러난 점 등까지 고려하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반대했을 경우 1조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21일 삼성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 하락으로 2000억∼3000억 원 규모의 지분가치 증가분을 상실할뿐더러 추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부분을 가장 걱정했다고 증언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뿐 아니라 삼성전자 등 삼성 계열사 주식 23조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합병이 무산되면 다른 삼성 계열사 주가도 타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당시 시장 반응과 합병 시너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양사 합병이) 국민연금 자산 증식에 부합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특검은 23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을 신문할 때도 삼성물산 합병 논의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나 경영승계 관련 논의가 있었는지를 집요하게 추궁했다. 김 사장이 일관되게 “없었다”고 대답하는데도 같은 질문이 이어지자 재판부가 “(증인이) 아니라고 했다. 그런 식의 증인 신문을 자제하라고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특검을 제지하는 장면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핵심 쟁점은 삼성의 최 씨 딸 정유라 씨(21)에 대한 승마 지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는가이다. ‘삼성이 정유라 특정인을 지원한 것’이라는 특검 주장과 ‘승마 스포츠 전체를 지원하려던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질책 이후 정유라를 서둘러 지원한 것’이라는 삼성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 있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 이 부회장이 최 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는지도 중요한 쟁점이 되고 있다. 삼성 주장대로 이 부회장이 지난해 8월에야 최 씨를 알게 됐다면 특검이 뇌물죄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지금까지 정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은 유망주를 지원한 것일 뿐 부정 청탁의 대가는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가 진행하는 이 부회장 재판은 4월 7일 첫 공판이 시작됐다. 이달 23일까지 열린 32차례 공판 동안 123명의 진술조서가 등장했고 39명이 증인신문을 받았다. 이 부회장 등 5명은 310시간(점심시간 포함) 동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이 부회장 구속 기한인 8월 27일까지 남은 시간이 두 달이어서 재판은 보다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