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과 스마트폰 보급은 기존 유통 시장을 바꿨다. 과거에는 물건을 사려면 당연히 시장이나 슈퍼마켓을 가야 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물건을 주문하고 결제해 원하는 장소에서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한 두가지 공산품을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치 실제로 장을 보듯 식재료와 신선식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면, 이를 집앞까지 배달하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중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O2O 플랫폼 기업 중상혜민 역시 유통과 인터넷을 접목하며 기존과는 다른 서비스를 도입한 기업이다. 기존에 있는 동네 슈퍼마켓을 가맹점으로 삼아 중상혜민의 물류 창고를 통해 상품을 공급하고, 사용자가 상품을 주문하면 슈퍼마켓을 통해 15분 내에 배달하는 서비스다. 또한, 가맹 슈퍼마켓을 통해 택배, 금융, 복권, 티켓 예매 등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중상혜민 장일춘 *동사장은 "우리는 중국 22개 성에 자체 물류 창고를 확보한 상태며, 가맹 슈퍼마켓은 50만 개 이상에 이른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O2O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으며, 설립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정부와 지역 주민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 2013년에 설립한 이후 3년만에 수억 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회사로 성장했으며, 2015년에는 '**유니콘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중상혜민 장일춘 동사장(출처=IT동아)
*중국 기업에서 동사장이라는 직함은 우리나라 기업의 대표이사에 해당한다
**유니콘 기업: 자산 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최근 중국에서는 인터넷을 바탕으로 사업을 펼치는 기업을 육성하는 '인터넷플러스' 전략을 펼치며 인프라 구축 및 O2O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중상혜민은 IT 인프라를 통해 중국 전역의 슈퍼마켓을 묶는 서비스로, 유통망과 O2O를 결합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기존 슈퍼마켓과 달리, 중상혜민 가맹 슈펴마켓은 도소매를 거치지 않고 물류 창고에서 직접 물건을 받는다. 중간 유통 단계를 없엔 만큼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고, 슈퍼마켓 점주는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특히 물류를 관리하는 만큼, 상품의 수요나 공급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슈퍼마켓에 공급할 수 있다. 개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에서는 이러한 물류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장일춘 동사장은 "실제로 굉장히 많은 물건이 오랜 기간 팔리지 않아 유통기간이 지나고 폐기된다. 중국은 물론, 전세계 편의점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오래 팔리지 않는 물건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물건이라 할 수 있다. 중상혜민은 물류를 바탕으로 소비자 요구를 파악하고 어떤 지역에 어떤 물건이 필요한지 분석/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우수한 제품을 전시하고 판매 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상혜민 서비스는 지역 슈퍼마켓을 거점으로 온라인 주문 시 15분 내에 배송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출처=IT동아)
중상혜민 가맹점에서는 물건을 사는 것 외에도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슈퍼마켓이나 편의점은 대부분 물리적/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곳에 위치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장일춘 동사장의 설명이다. 중상혜민은 슈퍼마켓을 통한 주문상품 배송뿐만 아니라 비행기/기차표 등의 예매, 공과금 납부, 복권 판매 등 각종 편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동네에서 개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은 세븐 일레븐 같은 대형 편의점 체인과 비교하면 서비스가 뒤쳐졌으며, 이 때문에 젊은층이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중상혜민이 가맹 슈퍼마켓에 제공하는 서비스는 브랜드 관리다. 일반 슈퍼마켓을 대형 편의점 체인 처럼 브랜드화 하고, 상품 관리나 운영 등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다.
중상혜민의 유통 구조(출처=IT동아)
"또 다른 요인은 제조사, 슈퍼마켓 점주, 지역 주민 등의 수요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사업 모델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유통망을 단순화해 가격을 낮추고,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 특히 가격 안정성이나 가짜 제품을 걸러낼 수 있으며, 지역 슈퍼마켓 점주에게는 중상혜민의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운영 및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상혜민이 슈퍼마켓 기반 유통 사업에 집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기존 O2O 서비스 시장은 이미 포화됐고, 경쟁자도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전세계적으로 창의적인 사업 모델을 발굴하거나 기존 서비스의 장점을 융합해 개선한 서비스를 선보이는 사업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장일춘 동사장은 "중국은 미국의 사업 모델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여기에 새로운 것을 더해 기존 모델을 개선하고 있다. 지역 슈퍼마켓을 통한 유통 O2O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모델이다. 미국은 넓은 토지에 비해 인구 밀도가 낮은 반면, 중국은 인구 밀도가 높아 한 슈퍼마켓을 찾는 지역 주민 수도 엄청나게 많다. 이런 중국의 특징을 잘 파악한 서비스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할 당시에는 직접 발로 뛰어다니며 가맹점을 확보했다고 한다. 하지만 슈퍼마켓 점주들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이러한 서비스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고, 이익이 된다는 말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점주들의 반응이었다. 그는 실제로 '너는 사기꾼이다. 다만 네가 어떻게 나를 속이려는지 모를뿐이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중상혜민 장일춘 동사장(출처=IT동아)
"하지만 이러한 서비스는 언젠가 점주는 물론 지역 주민에게도 큰 이득이 된다고 믿었다. 초기에는 투자자를 확보하기도 어려웠다. 기존에는 없던 사업 모델이었기 때문에 투자자에게 이를 설명하기 불가능했고, 비교할 기존 사업 모델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초기에는 공동 창업자 다섯명이 집에 있는 재산을 팔거나 아예 집을 팔아 자본금을 모았다. 이렇게 쌓아온 경험과 성과를 설명해가며 투자자를 이해시켰고, 결국 발전 가능성을 믿은 엔젤 투자자에게 투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장일춘 동사장이 생각하는 중상혜민의 장점은 DNA다. "알리바바를 예로 들면 그들은 모든 분야를 총망라 하는 온라인 유통 기업인 만큼, 온라인 분야의 DNA를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달리 중상혜민의 DNA는 지역사회와 주민에게 있다. 우리 목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해, 지역 주민의 삶을 편하게 하는 것이다. 그 만큼 새로운 분야에서 1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IT전문 이상우 기자 ls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