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이런 상황을 두고 이 병원의 모 교수는 “서울대병원엔 500여 명의 교수가 있는데 마치 국회의원 500명이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어떤 일을 추진할 때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뿐 아니라 교수 개개인을 설득하기가 만만치 않음을 내비친 말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의사들이 몰려 있는 서울대병원에는 개개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500명이 있는 듯한 시스템이 많다.
정작 암병원 내에 있어야 할 유방센터는 공간이 부족해 멀리 떨어져 있다. 유방암 진료를 위해 암병원을 찾은 많은 환자들은 다시 반대편 건물로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각 과들의 협력이 안 되니 환자들의 불편만 커진다.
실력 있는 병원이니 그런 정도의 불편함은 참고 견디라고? 오죽했으면 병원을 옮긴 기자의 의대 후배도 있다. 이 후배의 아버지는 폐암 때문에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결국 강남S암병원으로 옮겼다. 이 후배는 “서울대병원에 있을 때는 검사와 진료를 받기 위해 움직이는 동선이 너무 많아 환자가 힘들었는데 S암병원은 환자가 거의 움직이지 않게 시스템을 만들어 치료받기가 편했다”고 말했다.
과 간의 협력도 어려운데 서울대병원과 서울대치과병원의 협업은 오죽하랴.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바로 옆 치과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갈 때도 ‘앰뷸런스’를 타야 한다. 의료법 규정에 따르면 입원 환자의 병원 간 이동은 앰뷸런스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4만 원 정도’의 앰뷸런스 사용료는 고스란히 환자 부담이다. 왜 항상 환자가 이동해야 하나. 의사, 치과의사, 간호사가 환자를 위해 찾아가는 시스템 만들기가 왜 힘들까?
서울대병원의 최근 환자 수는 전년 대비 10%나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의 신뢰도 추락, 신축공사 불편, 의료진 위주의 행정 등이 한꺼번에 겹치면서 환자들이 외면한 결과로 보인다. 여기에 노사협상까지 앞두고 있다. 임금협상을 두고 병원 측과 노조의 견해차가 워낙 커 자칫 파업이라도 벌어질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는 지경이다.
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