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신임대표 선출
보수정당 두번째 선출직 여성대표… “안보와 경제로 한국당과 차별화, 의원-단체장들 속속 모셔올것”
하태경-정운천-김영우 최고위원
바른정당 이혜훈 신임 대표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대표로 선출된 뒤 당기를 흔들고 있다. 이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크고 작은 갈등을 녹여내는 용광로 대표가 되겠다. 보수의 대수혈을 전국적으로 펼쳐 정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밝혔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바른정당 신임 대표에 3선의 이혜훈 의원이 선출됐다. 원내교섭단체 4당 중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 이어 또 한 명의 여성 대표가 탄생했다. 보수 정당에서 선출직 여성 대표가 나온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다.
○ 취임 일성은 ‘용광로’와 ‘대(大)수혈’
이 신임 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책임·일반당원 투표 및 여론조사 합산 결과 1만6809표(득표율 36.9%)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어 하태경(1만5085표·33.1%), 정운천(8012표·17.6%), 김영우 의원(5710표·11.5%)이 뒤를 이었다. 이들 세 의원은 최고위원이 됐다.
당내 화합과 수혈을 강조한 건 현재 바른정당의 상황이 그만큼 녹록지 않다는 방증이다. 바른정당의 의원 수는 원내교섭단체 최소 구성 요건인 딱 20명이다. 한 명만 이탈해도 원내에서 ‘목소리’를 잃게 된다. 의원들에게 더 큰 두려움은 보수 분열로 인한 내년 지방선거 참패다. 이는 지역 선거조직의 붕괴를 의미한다. 구심력보다 원심력이 큰 상황이다.
이 대표는 ‘자유한국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가 주인이 된다. 한국당 내에서 우리와 가치를 함께할 분들을 모시겠다”고 선을 그었다. 또 “안보와 경제로 (한국당과) 차별화하겠다. 종북몰이 딱지 붙이기를 하지 않겠다. 시장경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온 경제권력 비호 등 악행을 절연히 끊겠다”고 했다.
○ ‘원조 친박’에서 ‘유승민의 책사’로
당내에선 이 대표의 ‘강성 이미지’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의 대변인을 맡아 친이(친이명박)계와 전면전을 벌였다. ‘원조 친박(친박근혜)’이었지만 박근혜 정부에선 유승민 의원과 함께 대표적 ‘비박(비박근혜) 인사’로 꼽혔다. 지난해 총선에선 친박 핵심인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과 서울 서초갑 공천을 두고 맞붙어 경선에서 이길 정도로 ‘승부사 기질’을 보여줬다.
이번 대표 경선의 ‘깜짝 스타’는 하태경 최고위원(49)이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하 최고위원은 35.4%를 얻어 이 대표(35.0%)보다 0.4%포인트 앞섰다.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특별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인 결과로 풀이된다. 하 최고위원이 내세운 ‘보수의 세대교체’가 주효했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명 egija@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