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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이창석]자연생태 숲과 거리가 먼 ‘서울로 7017’

입력 | 2017-06-27 03:00:00


이창석 서울여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교수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

‘서울로 7017’에 대한 홍보와 관심이 뜨겁다. 그중에서도 필자의 관심을 가장 크게 끈 것은 ‘도시재생’이라는 문구였다. 필자가 해당 분야를 전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시재생은 도시 내에 자연을 도입하여 그것이 발휘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 기능을 통해 쾌적하고 건전한 환경을 되찾는 것을 의미한다. 자연에서의 재생은 ‘수명을 다한 식생이 번식으로 어린 식물을 탄생시키고 이런 과정을 통해 이전의 식생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러나 근래 훼손된 자연을 훼손되기 이전의 자연으로 되돌리는 과정을 재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흔히 생태학자들은 ‘온전한 자연의 체계를 모방하여 훼손된 자연을 치유하는 과정’을 복원으로 인식하고 있는데, 재생이란 용어가 동일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이 속한 온대기후대에서 대표적인 자연은 숲이다. 숲에서는 큰키나무, 중간키나무, 작은키나무 및 풀들이 서로 조화로운 상호관계를 유지한다. 그래야 홀로 존재할 때보다 더 안정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숲은 지역에 따라, 그리고 장소에 따라 그 구조와 종 조성을 달리한다. 따라서 재생 또는 복원 사업으로 숲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지역과 장소의 생태적 특성을 파악하여 그 지역 및 장소에 어울리는 숲을 조성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로에서 만난 식물들은 이러한 생태적 조건에 어울리는 종류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숲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숲을 만들어 맑은 하늘을 이루어내자는 문구만 보였을 뿐이다.

다음으로 눈길을 끈 홍보 문구는 ‘살아있는 식물도감’이었다. 도감은 생물의 유연관계를 검토하여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가깝고 먼 관계를 표현한 책을 말한다. 그러나 서울로에서 만난 식물들은 한글 가나다순으로 배열되어 전문가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많이 어색해 보였다. 잘못된 이름도 다수 발견되었다. 종합하면, ‘서울로 7017’은 ‘살아있는 식물도감’이라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홍보 효과가 컸는지 많은 시민이 이곳을 찾고 있었다. 국제적으로 호평받고 있다는 홍보도 있었다. 그러나 이곳을 다녀간 많은 방문객이 잘못 습득한 생물지식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훼손된 자연을 가능한 한 온전한 상태로 되돌려 스스로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을 국제학계는 ‘생태적 복원’이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기존 자연을 모두 제거하고 유사자연을 주관적으로 창조하는 것을 두고 그들 나름의 생태적 복원이라고 하여 혼선을 유발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한 외국 학자의 논문이 눈앞에 아른거리는 것은 또 하나의 걱정거리다.

이창석 서울여대 화학생명환경과학부 교수 동아시아생태학회연합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