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질허
제 느낌은 반반입니다. 가보면 주변에 비해 특별한 것도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높은 언덕에서 굽이진 라인강을 바라보는 느낌은 각별하죠. ‘언덕’ 하나만 집중해서 볼 것이 아니라 중세시대 성들을 비롯한 주변 풍경까지 여유롭게 즐긴다면 로렐라이 ‘일대’는 분명 평생 한 번, 가보아야 할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로렐라이 언덕이 유명해진 것은 작곡가 프리드리히 질허(1789∼1860)가 작곡한 노래 ‘로렐라이’ 덕분입니다. 그는 19세기 초중반 독일에서 유행한 합창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여러 노래를 지었을 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애창되는 노래들을 악보로 정리했죠. 예전 이 코너에서 ‘깊은 산속 옹달샘’이란 노래가 질허가 채보한 민요이며, 슈베르트가 이 선율에서 ‘미완성교향곡’ 2악장 주선율의 영감을 얻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질허는 익숙한 노래를 합창곡으로 편곡하기도 했습니다. 슈베르트 가곡집 ‘겨울 나그네’(Winterreise·겨울여행)에 나오는 ‘보리수’도 원곡은 ‘서있는 보리수’의 ‘수’ 부분이 음계의 주음(계이름 도)으로 내려가게 되어 있죠. 하지만 이 부분이 계이름 ‘미’로 올라가는 걸로 기억하는 분이 많습니다. 질허가 합창곡으로 편곡하면서 살짝 바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 27일은 독일 합창음악의 큰 인물 질허의 228번째 생일입니다. ‘로렐라이’나 ‘노래는 즐겁다’를 흥얼거리면서 그의 이름을 기억해볼까요?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