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적신호 ‘빈혈’ 체내 흡수율 뛰어난 육류, 철 결핍성 빈혈에 도움… 비타민C, 철분 흡수율 높여줘
동물성 식품에 함유된 철분은 식물성 식품의 철분보다 흡수율이 3배 가량 높다. 축산자조금연합 제공
직장인 김 씨는 최근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곤하고 온몸에 힘이 빠진다. 이른 더위에 단순한 피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빈혈을 의심해봐야 한다. 건강 이상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에게 흔한 철 결핍성 빈혈
빈혈은 말 그대로 몸에 피가 부족해 나타나는 질환이다. 즉, 혈액이 신체대사에 필요한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지 못했을 때 발생한다. 빈혈이 생기면 피부는 혈색이 없고 창백하게 보이며 많은 혈액이 지나는 심장은 산소 부족으로 가슴이 뛰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남자 성인의 경우 혈색소 농도가 13g/dL, 여자 성인의 경우 12g/dL, 6∼16세 사이의 청소년은 12g/dL, 6개월에서 6세 미만의 소아는 11g/dL, 임산부는 11g/dL 미만인 경우를 빈혈로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 빈혈 환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빈혈 환자는 2010년 47만6000명에서 2015년 50만9000명으로 5년간 6.9% 증가했다. 2015년 기준으로 남성은 11만8000명, 여성은 39만1000명으로 나타나 여성 환자 수가 남성보다 3배 정도 더 많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가 12만6000명으로 가장 많았다.
빈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철 결핍성 빈혈은 철분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 이는 여성 5명 중 1명에게서 발견될 정도로 흔하다. 특히 40대 여성의 생리량 증가와 관련한 자궁 질환이 이때 많이 발생하게 돼 빈혈 진료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철 결핍성 빈혈은 철분 약제를 복용하면 1, 2개월 이내에 정상수치로 회복된다. 단, 전문가들은 적어도 4∼6개월간 복용해야 충분한 철분이 몸에 저장돼 적혈구의 생성이 원활해진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보조제를 복용하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음식을 통해 얻는 것이다. 필요량을 충분하게 얻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내 흡수율도 더 높기 때문이다.
철분 풍부한 육류·견과류
철분은 혈액을 이루는 헤모글로빈의 주성분으로 우리 몸에 산소를 공급하고 당분을 에너지로 전환한다. 일반 성인에게 권장되는 하루 권장 섭취량은 10∼16mg 정도이다. 임산부라면 24mg 이상 철분을 섭취해야 한다.
철분 섭취량만큼 중요한 건 체내 흡수율이다. 즉, 철분을 얼마나 온전하게 흡수하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교수는 “동물성 식품에 함유된 철분은 식물성 식품의 철분보다 3배가량 흡수가 잘 된다”며 “철분 섭취에 동물성 식품이 필수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동물성 식품의 경우 철분 흡수율은 10∼30%로 채소류 2∼10% 흡수율보다 높다. 철분이 풍부한 동물성 식품에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등이 있으며 간, 계란 노른자도 자주 먹어주는 것이 좋다. 또한 철분은 견과류, 콩류 단백질 식품에도 많으므로 땅콩, 아몬드, 해바라기씨 등의 견과류도 부족한 철분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철분 흡수를 높이기 위해서는 비타민C를 함께 먹는 방법도 있다. 비타민C는 철분을 산화시켜 철분 흡수를 높이므로 비타민C가 풍부한 과일을 함께 먹는 게 좋다.
반대로 철분 흡수를 방해하는 식품도 있다. 커피의 경우 타닌 성분이 철분 흡수를 방해하므로 식사 전후 1시간 동안은 커피나 홍차, 녹차 등을 피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B12 부족으로 인한 비타민 결핍성 빈혈
고기를 잘 먹지 않는 사람에게도 빈혈이 나타날 수 있다. 육류 섭취량이 줄어드는 60대 이상 노인이나 채식주의자에게서는 비타민 결핍성 빈혈이 자주 나타나곤 한다. 적혈구를 생성하고 철분 흡수를 돕는 비타민B12가 식물성 식품보다는 주로 육류와 같은 동물성 식품에 풍부한 이유다.
비타민B12는 다른 비타민과 다르게 저장성이 좋고 손실량이 적어 당장 섭취를 하지 않아도 악성 빈혈이 나타나는 데는 2, 3년 걸린다. 이 때문에 단기적으로 결핍된다고 해서 증세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는다. 이에 위암이나 위궤양으로 위 절제술을 받은 환자가 수술 후 수년이 지나서 체내 비타민B12의 고갈·흡수 장애로 인해 빈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비타민B12 하루 권장 섭취량은 2.4μg이다. 동물성 식품에 풍부한 비타민 B12는 주로 굴, 정어리 분유, 어류, 난류, 유제품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비타민B12를 가장 손쉽게 보충할 수 있는 식품은 우유다. 우유 250mL에는 1.2μg의 비타민B12가 들어있어 치아나 소화 등의 문제로 육류 섭취가 어려운 사람이라도 하루 우유 2잔으로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다.
김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리나라에서 말린 자색 김에는 100g당 133.8μg이 들어있다. 하지만 조미되고 구운 김은 조리 과정에서 비타민B12가 소실돼 100g당 51.7μg만 남아있다. 이 밖에도 완전식품 달걀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0.6μg의 필수 비타민이 들어있으며 특히 달걀노른자에 비타민B12가 풍부하다.
정지혜 기자 chi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