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40대 주부 납치뒤 살해
어두운 골프연습장 주차장에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모는 40대 주부를 납치, 살해한 삼인조 강도 중 남성 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사전에 위장용 가발을 준비하고 도주로도 구상해 놓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에게서 사실상 빼앗은 돈은 480만 원이었다.
경찰 내부에선 “480만 원 때문에 살인까지 저지른 게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범행 동기와 경위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24일 오후 창원시 외곽의 골프연습장에서 손모 씨(47·여)를 납치해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빼앗은 신용카드로 480여만 원을 인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는 이날 오후 5시 반경 남편(52·사업)과 각자의 승용차를 타고 골프연습장에 도착했다. 3시간가량 연습을 마친 손 씨는 자신의 아우디A8를 세워둔 지하 1층 주차장으로 갔다. 남편은 지상 1층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타고 먼저 집으로 향했다.
검거된 심 씨의 경찰 진술에 따르면 앞서 이날 오후 2시 20분경 골프연습장에 스포티지 차량을 몰고 온 강도들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이들은 22일 오후에도 사전답사를 했고 그날도 손 씨가 연습하러 온 것으로 확인됐다. 3시간여 뒤 손 씨가 아우디를 세워놓고 연습장으로 올라가자 그 옆에 스포티지를 대놓았다. 다시 약 3시간 후 자신의 아우디 문을 열려고 하는 손 씨에게 다가가 “저기요”라며 말을 거는 척하며 스포티지 뒷좌석으로 밀어 넣었다. 손 씨의 손과 발을 테이프로 묶은 심 씨와 6촌 형은 스포티지를 타고 경남 고성군 국도 옆 폐주유소로 갔다.
한편 강 씨는 손 씨의 아우디를 몰고 창원시 의창구 소답동의 상가건물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버렸다. 심 씨는 폐주유소에 6촌 형과 손 씨만을 남겨두고 강 씨를 데리러 의창구로 스포티지를 몰고 갔다. 사전에 모의한 대로였다.
이들은 국도를 따라 경남 진주, 전남 순천을 거쳐 광주로 가다 이날 오후 11시 반경 진주 진양호에 마대를 버렸다. 경찰은 27일 오후 손 씨의 시신이 든 마대를 진양호에서 수습했다.
심 씨 등은 폐쇄회로(CC)TV 카메라가 적고 동선 추적이 어려운 국도만 이용해 광주까지 이동하는 등 치밀하게 움직였다. 또 경찰의 추적에 혼선을 주기 위해 다른 차량에서 떼어낸 번호판 2개를 준비했다. 번호판 1개는 스포티지에 먼저 붙인 뒤 범행을 저질렀고, 광주로 가던 길에 다른 번호판으로 다시 교체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오전 11시경부터 1시간 동안 광주 남구의 2개 금융기관 현금인출기를 통해 손 씨 신용카드 2개에서 480여만 원이 인출된 기록을 경찰이 파악하면서 이들의 꼬리는 밟히기 시작했다. 금융기관 2곳의 CCTV에는 현금서비스를 받는 이들의 모습이 찍혔다. 그러나 미리 준비한 남성용 가발을 쓰고 화장품으로 진하게 화장을 한 모습이었다.
심 씨는 27일 오전 1시반경 함안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차량 밑에 숨어 있다 검거됐다.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달아난 6촌 형과 강 씨를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