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거물’ 김운용-장웅 만찬… “쇼하듯 해서 성사된 것 아니었다”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오른쪽)과 북한의 장웅 IOC 위원이 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함께 입장하고 있다. 김 전 부위원장은 만찬을 주최한 세계태권도평화통일지원재단의 명예 이사장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환영합니다. 이번에 오셔서 내가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때 남북 선수단의 개회식 동시 입장을 성사시킨 두 주역이 만났다. 방한 중인 장 위원(79)이 27일 김 전 부위원장(86)과 만찬을 함께했다. 27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있은 만찬은 세계태권도평화통일지원재단이 주최했는데 이 재단의 명예 이사장을 김 전 부위원장이 맡고 있다.
가장 최근의 만남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2007년 이후로도 해외에서 몇 번 만났는데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자 장 위원은 “김 선생님이 나보다 기억력이 더 좋은 분이다. 나도 기억을 못 하지…”라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은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 때 남북한 선수단의 개회식 동시입장과 남북 단일팀 구성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을 끌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막 축사를 통해 평창 올림픽 때 △북한 선수단 참여 △남북 단일팀 구성 △남북 선수단 개회식 동시 입장 등을 제안했다.
장 위원과 김 전 부위원장은 17년 전 시드니 올림픽 개막을 불과 닷새 남기고 남북의 개회식 동시 입장을 극적으로 성사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 당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IOC 위원장(1920∼2010)은 시드니에서 열린 IOC 총회를 통해 남북의 동시 입장을 확정해 발표하면서 “미스터 장과 미스터 김의 만남이 결국 동시 입장을 이뤄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위원장은 이날 평창 올림픽 남북 동시 입장 등에 대해 “시드니 때도 동시 입장이 갑자기 성사된 건 아니다. 내가 IOC에 제안해 IOC가 오케이 했고, 또 (남북정상회담 때)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고 가 김정일 위원장도 만나고 해서 겨우 이룬 것이다. 그때는 분위기가 좋았으니까. 양측이 국제 룰 속에서 차분하게 맞춰 나가야지 이게 쇼하듯 해서 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전 부위원장은 “문 대통령이 여러 가지 긍정적인 신호를 보냈으니까 실무자들이 IOC와 잘 (협의)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그중 일부는 가능한 게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