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보근 기자 paranwo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그런데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어린아이들은 어떤 한 장소에서 어떤 대상에게 배운 것이 다른 장소에서 확장되고 일반화되지 않으면 그럴 수 있다. A장소에서는 모범적이고 B장소에서는 그렇지 않다면, A장소에서 배운 것이 B장소에서는 일반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발달이 미숙해서 그럴 수도 있고, B장소에서는 A장소와 같이 규칙이 적용되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좀 큰 아이들은 아직 사회성에 어려움이 있어 그럴 수도 있다. 아이들은 커가면서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 처하고 그 상황마다 정서나 행동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다양해진다. 그 과정 중에,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게 배워가는 중에 어려움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여 집에서는 명랑한데 밖에 나가면 안 그럴 수 있다. 거꾸로 집에서는 말을 잘 듣는 아이인데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를 심하게 놀리고 왕따를 주도하는 아이일 수 있다.
아이의 이중적 모습이 너무 놀랍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해서 아이를 지나치게 부적절하게 감싸고도는 것은 아이의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는 문제를 인식하거나 해결해 가는 과정을 배우지 못한다. 결국 그 문제를 못 고친다. 아이의 문제 행동은 어른들이 잘 지도해서 아이들이 잘못을 깨닫고 잘 배워서 개선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얼마든지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자기 안에 너무 상반된 모습이 많으면 아이 자신도 혼란스럽다. 문제를 잘 지도해줌으로써 아이가 조금 더 통합된 형태로 클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야 한다.
사실 집에서도 밖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는 아이는 부모가 도와주기가 더 낫다. 정말 어려운 아이들은 집에서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밖에서만 문제를 드러내는 아이들이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부모 앞에서는 그 문제를 드러내지 않을 때, 아이는 훨씬 위험하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부모와 관계가 나빠서인 경우도 일부 있지만, 부모에게 미안해서 그러는 경우도 많다. 아이도 한 인간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도 아이 나름의 고뇌가 있고, 열등감도 있고, 친구관계에서 오는 상처도 있다. 부모가 아주 끔찍하게 아이를 사랑하고 존중해준다고 해서, 아이가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부모는 아이를 항상 잘 관찰하고 있어야 한다. 감시가 아니라 관찰이다. 그래서 혹여 내가 알고 있는 모습과 괴리감이 큰 모습을 발견할 때는 잘 지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작은 일이 커질 수도 있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