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빵의 대명사 카스텔라. 포르투갈에서 일본 나가사키 지방을 거쳐 아시아에 퍼졌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
내가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사탕수수 모종을 비스듬히 꽂으면, 나는 그 위에 흙을 덮고 물을 줬다. 한여름 땡볕에도 부지런히 물을 주면 금방 자라나 밭에 갈 때마다 키 재기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빨리 크는 사탕수수가 부럽기도 하고, 또 내가 키운다 생각하니 뿌듯하기도 했다. 사탕수수 가지 끝에 꽃이 피면 수확 시기가 된 것이다. 바람이 부는 날에는 사탕수수 잎이 서로 부딪쳐 흔들리는 소리를 듣기도 하고, 밭을 놀이터 삼아 술래잡기를 하면서 여름을 보냈다.
서양 사람들은 배우자나 자녀를 부를 때 허니, 스위티, 스위트하트 등 ‘단맛’을 사랑으로 비유한 호칭을 많이 쓴다. 하지만 이렇게 달콤한 설탕의 역사에는 사실 슬픔이 많이 배어 있다. 영화 ‘뿌리’에는 사탕수수 경작에 이용된 미국 흑인 노예들의 슬픈 삶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초등학교 시절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자주 가던 두 군데가 있다. 한 곳은 여름에는 팥빙수를, 겨울에는 단팥죽을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한여름 얇게 저민 얼음을 수북이 쌓고 달콤한 팥을 올린, 시원하고 달콤한 그 맛이 환상적이었지만 그것보다 예쁜 여학생들로 항상 붐비는 곳이라 더 자주 가고 싶었던 것 같다.
또 한 곳은 아저씨가 길모퉁이에서 설탕을 녹여 캐러멜을 만드는 곳으로, 소다를 사용하는 한국의 뽑기와는 조금 다르다. 동물이나 별, 하트 모양 틀로 눌러주면 그 모양대로 떼어 더 큰 것을 돌려받는 것은 비슷하다. 하지만 일본 뽑기는 설탕을 녹여 캐러멜 맛이 나도록 높은 온도까지 익히기에, 찍어낸 모양대로 떼어낸다는 것은 시작부터 거의 불가능한 게임이다.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꼽는 ‘푸아그라’는 사과나 무화과, 포도 또는 포트와인 등 달콤한 재료와 아주 잘 어울리는 식재료다. 나는 양념한 거위간 조각을 꼬치에 꽂아 솜사탕으로 씌운 요리를 밸런타인데이, 크리스마스 때 깜짝 이벤트로 개발했다. 토끼나 메추리, 오리, 사슴 고기도 오렌지나 체리, 크랜베리를 이용한 캐러멜소스와 아주 잘 어울린다.
최근 젊은 요리사들은 고칼로리의 진한 디저트보다 야채를 이용한 디저트들을 내놓고 있다. 미국 뉴욕의 미슐랭 레스토랑 ‘르 베르나르댕’은 가지나 비트, 토마토를 이용해 향과 고유의 당분을 이끌어 내는 요리로 주목받고 있다.
요나구니 스스무 일본 출신 ‘오 키친’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