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미정상회담]‘신중’ 문재인-‘즉흥’ 트럼프 첫만남 포인트
역대 한미정상회담 ‘결정적 장면’… 文대통령-트럼프는 어떻게 28일 미국 방문길에 오른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악수 방법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역대 대통령들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친밀감을 표현했다. 왼쪽부터 2006년 노무현-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2008년 이명박-부시 전 대통령, 2013년 박근혜-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동아일보DB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은 전직 주미 대사 간담회를 가졌을 뿐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 멘토’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 ‘종교 멘토’ 프랭클린 그레이엄 목사 등을 만나 광범위한 조언을 경청했다.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직감에 의존한 즉흥적인 판단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서류 가방 따위를 들고 다니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만남이 30일 이뤄진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패를 가를 4개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청와대와 외교부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이자 가장 중요한 동맹 국가인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마련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과의 회담마다 ‘악수 대결’을 펼쳐온 만큼 문 대통령과의 악수에 특히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정상들 간의 회동 장면을 면밀히 살펴본 뒤 두 손을 맞잡고 따뜻한 모습을 연출하는 방법, 오른손으로 악수를 하고 왼손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팔목 상단을 잡는 방법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30일(현지 시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단독 정상회담은 단 20분 동안 진행된다. 지루한 보고를 참지 못한다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원만한 대화를 위해 문 대통령은 논리적 설명보다 감성적 접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오토 웜비어 사건과 관련해 북한 당국의 처사를 비판하고 애도의 뜻을 직접 전할 예정이다.
② 일정 속에 숨은 한미동맹의 과거-현재-미래
이어 30일에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함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한다. 펜스 부통령의 부친은 한국전 참전 용사로 동성훈장을 받았다. 정부 당국자는 “한미가 함께 피를 흘린 ‘혈맹’임을 강조하는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함께 번영해온 한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비즈니스 서밋’, 한미동맹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할 ‘정상회담’ 등 양국 관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보여줄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았다. 그 자체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메시지다.
③ 민감한 이슈 조율 이뤄지나
문 대통령의 북핵 해법인 ‘핵 동결→핵 폐기’라는 단계적 접근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로선 북핵의 완전한 폐기라는 목표를 향해 제재와 대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큰 그림’만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미가 막판까지 북핵 공조와 관련된 문구를 조율하고 있어 의외의 진전이 있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④ 퍼스트레이디 간의 호흡은?
성악을 전공한 김정숙 여사와 모델 출신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호흡도 관건이다. 멜라니아 여사는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성격이라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친화력이 좋고 외향적인 김 여사가 만찬에서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 내외가 참석하는 만찬에서 오갈 맞춤형 멘트를 준비하는 등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김 여사는 방미를 앞두고 만찬 등 행사별 복장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할 선물을 고르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만찬에서 문 대통령은 연미복을, 김 여사는 한복을 입을 예정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한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