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MBC청룡 김용윤서 김바위로
한국 프로야구 개명 1호 선수인 김바위 전 롯데 전력분석원이 27일 현역 시절을 추억하며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바위는 1982년부터 1991년까지 MBC와 청보, 태평양에서 활약하며 통산 409안타(타율 0.242), 48홈런, 241타점을 기록했다. 오른쪽 사진은 MBC 시절 모습. 인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프로야구 개명 1호인 김바위 전 롯데 전력분석원(62)은 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김용윤을 김바위로 바꿨다. 특이한 이름 덕에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를 27일 인천 송도 LNG스포츠파크에서 만났다.
○ 족보 바꿔준 아버지에게 감사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개명은 순전히 본인의 의지였다. 김 씨는 “실업 시절부터 동료들과 ‘호랑이도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데 야구 선수는 어떻게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프로 입단 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이름으로 바꾸자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고 했다.
바위라는 이름은 운명이었다. “‘용윤’이라는 이름이 내 사주와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고향(충남 부여)에서 함께 살았던 할머니께서 손자 잘되라고 바위를 자주 찾아 빌곤 했다. 그래서 시골 할머니들이 날 ‘바위야’라고 불렀다. 그게 기억이 났다.”
완고했던 아버지는 족보에 ‘용’자 돌림이 아닌 다른 이름이 적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고 서둘러 이름을 바꿔주셨다. 은퇴한 뒤 이름을 다시 원래대로 바꾸려고 했는데 안 됐다. 돌아가신 아버님 묘소 비석엔 그래서 아들 이름으로 ‘바위’가 끼어 있다. 내 자식들에게도 ‘이렇게까지 부모가 자식 생각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 팬들이 전광판이 잘못 나왔다고 항의까지
전광판에서 ‘김바위’를 본 관중도 마찬가지. “이름을 바꾼 첫날 전광판이 잘못됐다고 구단에 항의 전화한 사람들이 꽤 됐다는 말을 들었다. 몇몇 팬들이 이름을 보고 숨넘어가듯 웃었다. 속으로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평생 안 잊어버릴 테니까….”
○ 김바위가 세운 기록들
김바위는 개명 전 프로야구 최초 기록을 2개나 썼다. 1982년 3월 27일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이던 삼성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첫 실책과 첫 병살타다. 김 씨는 “처음에는 불명예 기록이라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두 기록이 ‘김바위 것’으로 기억될 수 있어서 영광스럽기만 하다”며 웃었다.
kt 김진곤(30)이 그의 아들이고, 롯데 전준우(31)가 사위다. 전준우는 27일 현재 0.352의 고타율로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다. 이에 비해 김진곤은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6번밖에 타석에 나서지 못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