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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바위 “프로야구 개명 1호… kt서 뛰는 아들도 진지하게 고민”

입력 | 2017-06-29 03:00:00

1983년 MBC청룡 김용윤서 김바위로




한국 프로야구 개명 1호 선수인 김바위 전 롯데 전력분석원이 27일 현역 시절을 추억하며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김바위는 1982년부터 1991년까지 MBC와 청보, 태평양에서 활약하며 통산 409안타(타율 0.242), 48홈런, 241타점을 기록했다. 오른쪽 사진은 MBC 시절 모습. 인천=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손아섭, 문규현(이상 롯데), 장민석(한화), 오태곤(kt), 진해수(LG)…. 이들에겐 공통점이 하나 있다. 이름을 바꾼 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손아섭은 손광민이었고, 문규현은 문재화였다. 장민석은 장기영에서, 오태곤은 오승택에서 개명했다. 진해수의 예전 이름은 진민호다. 10년 가까이 무명이었던 김동욱(kt)도 지난해 김동명에서 이름을 바꾼 뒤 야구가 잘 풀리고 있다.

프로야구 개명 1호인 김바위 전 롯데 전력분석원(62)은 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MBC에 입단한 그는 이듬해 김용윤을 김바위로 바꿨다. 특이한 이름 덕에 많은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그를 27일 인천 송도 LNG스포츠파크에서 만났다.

○ 족보 바꿔준 아버지에게 감사

그가 이름을 바꾼 이유는 팀 동료였던 포수 김용운(작고)과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설이 유력했다. 같은 팀에는 내야수 김용달(전 KIA 코치)도 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개명은 순전히 본인의 의지였다. 김 씨는 “실업 시절부터 동료들과 ‘호랑이도 죽어서 가죽을 남기는데 야구 선수는 어떻게 이름을 남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다. 프로 입단 후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이름으로 바꾸자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고 했다.

바위라는 이름은 운명이었다. “‘용윤’이라는 이름이 내 사주와 잘 맞지 않는다고 했다. 고향(충남 부여)에서 함께 살았던 할머니께서 손자 잘되라고 바위를 자주 찾아 빌곤 했다. 그래서 시골 할머니들이 날 ‘바위야’라고 불렀다. 그게 기억이 났다.”

완고했던 아버지는 족보에 ‘용’자 돌림이 아닌 다른 이름이 적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그래도 아버지가 아들을 이해하고 서둘러 이름을 바꿔주셨다. 은퇴한 뒤 이름을 다시 원래대로 바꾸려고 했는데 안 됐다. 돌아가신 아버님 묘소 비석엔 그래서 아들 이름으로 ‘바위’가 끼어 있다. 내 자식들에게도 ‘이렇게까지 부모가 자식 생각을 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곤 한다.”

○ 팬들이 전광판이 잘못 나왔다고 항의까지

시즌 중 개명은 팀이나 팬들에게도 충격이었다. “5월인가에 경기 전 백인천 감독님이 오더에 김용윤으로 적길래 ‘이름 바꿨습니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장난하냐?’라고 꾸짖으시며 뒤통수를 때리더라.”

전광판에서 ‘김바위’를 본 관중도 마찬가지. “이름을 바꾼 첫날 전광판이 잘못됐다고 구단에 항의 전화한 사람들이 꽤 됐다는 말을 들었다. 몇몇 팬들이 이름을 보고 숨넘어가듯 웃었다. 속으로는 너무 기분이 좋았다. 평생 안 잊어버릴 테니까….”

○ 김바위가 세운 기록들

김바위는 개명 전 프로야구 최초 기록을 2개나 썼다. 1982년 3월 27일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이던 삼성과의 경기에서 기록한 첫 실책과 첫 병살타다. 김 씨는 “처음에는 불명예 기록이라 트라우마로 남아 있었지만 지금은 두 기록이 ‘김바위 것’으로 기억될 수 있어서 영광스럽기만 하다”며 웃었다.

kt 김진곤(30)이 그의 아들이고, 롯데 전준우(31)가 사위다. 전준우는 27일 현재 0.352의 고타율로 롯데 타선을 이끌고 있다. 이에 비해 김진곤은 올 시즌 1군 무대에서 6번밖에 타석에 나서지 못했다.

그는 “아들이 최근에 이름을 바꾸겠다고 상담을 해왔다. 그래서 ‘정말 절실하다면 내가 승낙하겠다’고 했다. 어떻게든 노력해 보다 마지막 선택으로 개명을 하고는 한다. 아들에게도 먼저 최선을 다해 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과 같은 말로 아들과 사위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아들이 마음을 잘 추스르고 1군에서 자리를 잡아 사위와 함께 경기에 나서는 모습을 본다면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