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기자의 을(乙)로 사는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 A to Z
유성열 기자
Q. 걸어서 출퇴근하다 다쳐도 산재로 인정되나요.
Q. 퇴근길에 회식을 하다가 다쳐도 산재로 인정되나요.
A. 본인의 직속 부서장이나 관리자가 참석해 주관하는 회식에 참여한 뒤 귀갓길에 사고를 당하면 현재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합니다. 이런 회식은 업무의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다만 상사 없이 친한 동료들끼리 회식을 하고 집에 가다가 사고를 당하면 산재로 인정받기가 어렵습니다. 친한 동료와의 술자리는 업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없기 때문이고, ‘퇴근길’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퇴근길 중간에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반주 정도를 하고 집에 가다가 사고가 났다면 출퇴근 재해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퇴근길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거나 간단히 쇼핑을 했다고 하더라도 산재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에서는 통상 퇴근 후 2시간 이내에 당한 사고는 산재로 인정하고, 2시간을 넘으면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런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큽니다.
Q. 자영업자도 적용이 가능한가요.
A. 자영업자도 보험료를 내고 산재보험에 가입하면 모든 업무상 재해에 따른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대형 주차장에 트럭을 주차해놓고 출퇴근을 하는 화물차주도 산재보험 가입과 보상이 가능합니다. 다만 개인택시처럼 출근과 근로가 사실상 동일하거나 출퇴근 경로와 방법이 일정치 않은 직종은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적용을 배제할 예정입니다. 학습지 교사처럼 특수고용직들은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아직 의무화되지는 않았습니다. 현재 국회에는 6개 특수고용직의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계류 중입니다.
A. 산재보험료는 근로자가 아닌 회사가 100% 부담합니다. 출퇴근 산재 인정 범위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확대되면 근로복지공단이 연간 약 5000억∼7000억 원의 보험료를 추가 징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때문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자의 과실이 큰 사고까지 보상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특히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 간 구상권 조정을 위한 준비가 미흡한 상황에서 성급한 조치가 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Q. 본회의에서 통과가 안 될 수도 있지 않나요.
A. 경영계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고 법사위에서 통과를 미룰 가능성도 있습니다.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면 국회의장의 직권 상정 없이는 본회의 상정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국회 환노위에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기 때문에 본회의 통과 가능성 역시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도 동일한 개정이 추진됐던 만큼 여야 의원들 모두 출퇴근 산재 인정 범위를 넓히는 것에 대체로 공감하고 있습니다.
Q. 자가용으로 출퇴근하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도 가입돼 있는데 이중으로 보상을 받는 것인가요.
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