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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의약]‘천연 항염제’로 떠오르는 新슈퍼푸드 ‘블랙커민시드 오일’

입력 | 2017-06-30 03:00:00

흑종초 씨앗으로 2000년 넘게 고대 이집트-중동서 약초로 쓰여… ‘티모퀴논’ 성분 항산화-항암 효과




“죽음을 제외한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 이슬람 경전 하디스에서 ‘이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히포크라테스와 클레오파트라가 건강과 미용을 위해 즐겨 사용했다는 ‘이것’은 ‘이집트의 특효약’ ‘지중해의 검은 보석’이라고 불리는 흑종초(Nigella sativa)의 씨앗인 ‘블랙커민시드(Black cumin seed)’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생소한 씨앗이지만 고대 이집트와 중동지방에서는 2000년 넘게 약초로 쓰이며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항염증을 비롯해 항산화, 항암 등 다양한 효능에 대한 연구가 이어지면서 블랙커민시드가 새로운 슈퍼푸드로 떠오르고 있다.



WHO “블랙커민시드, 호흡기질환-발암 초기에 효과적”


블랙커민시드는 기원전 1300년 이집트 통치자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견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다.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1년생 풀의 씨앗이다. 고대 이집트와 중동지방에서는 모든 질병을 치료하는 ‘명약’으로 사용되었다. 민간요법으로서 감염, 감기, 치통, 편두통 등 각종 치료에 사용된 것으로 전해진다.

블랙커민시드는 단순히 민간요법에만 그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985년 블랙커민시드를 ‘상부 호흡기질환 치료제로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또한 ‘독성식물데이터베이스(poisonous plant database)’에는 ‘브롬산칼륨(KBrO3)으로 유도된 발암 초기에 개선 효과가 있음’이라는 자료가 등재됐다. 블랙커민시드의 성분이 항산화, 항염증 기능을 해 강력한 화학적 예방제로서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또한 블랙커민시드에 대한 연구논문은 전 세계 940여 건에 이른다. 다른 씨앗류인 치아시드(140여 건), 햄프시드(250여 건)에 비하면 월등히 많은 수치다. 최근 들어 블랙커민시드에 대한 연구는 더욱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블랙커민시드, 체내 염증 억제하는 ‘천연 항암제’

이처럼 블랙커민시드가 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티모퀴논’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티모퀴논은 블랙커민시드에서 추출한 오일에 함유된 성분으로, 항암·항염·항당뇨·항고지혈증·항균 등 다양한 효능이 연구돼왔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바로 ‘항염 효과’다. 염증을 빼놓고 질병을 이야기 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염증은 다양한 질환의 가장 근원적인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염증은 아토피, 크론병, 치주염, 피부염, 관절염, 췌장염, 위염과 같은 염증성 질환은 물론이고,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계질환, 암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은 “우울증 환자의 혈액 속 염증물질 수치가 정상인보다 3배가량 높다”며 염증이 우울증을 초래한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염증은 한마디로 외부 자극에 대한 신체의 방어 반응이다. 각종 바이러스나 세균, 독성물질을 비롯해 나쁜 식습관이나 스트레스도 우리 몸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유해물질이 우리 몸에 침입하면 면역세포인 T-세포, B-세포, 대식세포 등의 방어활동으로 염증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우리 몸의 상태가 좋거나 침입 물질이 적을 때는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염증성 단백질이 생성돼 축적된 후 우리 몸 곳곳으로 퍼져 염증성장질환,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의 질병으로 이어진다. 만성적인 염증 덩어리는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블랙커민시드의 티모퀴논 성분은 ‘천연 항염제’ 역할을 한다. 티모퀴논은 다양한 염증성 화학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신체의 방어체계를 제어하고 자극하는 신호물질로 사용되는 당단백질)을 제거한다. 염증매개체인 IL1, IL6와 염증을 일으키는 체내 COX-2(사이클로옥시게나제-2) 효소를 억제해 염증을 예방한다. 항염을 비롯해 항암-항당-항관절염 등 천연 치료제로서 티모퀴논의 다양한 효능이 언급되는 이유다.



티모퀴논 주입 후 암세포 80% 사멸, 크기는 67% 감소

블랙커민시드의 효과는 여러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대표적인 염증질환인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게서 증상 개선의 효과를 보였다. 2011년 ‘식물요법연구(Phytotherapy Res)’에 실린 논문 ‘류머티즘 관절염 환자에서의 블랙커민시드의 효과’에 따르면 30∼54세 류머티즘 환자 40명에게 한 달간 매일 1g씩 투여했더니 류머티스 지표인 ACR20, EULAR이 각각 42.5%, 30% 감소했다.

티모퀴논의 항암 효과에 대한 연구도 진행됐다. 2008년 미국암연구학회에서는 ‘티모퀴논이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암물질’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미국 킴멜암센터 연구진에 따르면 인간의 췌장암 세포주에 티모퀴논을 주입한 결과, 암세포의 약 80%가 사멸했다. 또한 췌장암 동물실험 결과 종양의 크기가 67% 감소했다. 해당 연구진은 “염증은 다양한 고형암의 발병과정에 깊숙이 관여한다. 췌장암 역시 만성 췌장염과 관련되어 있다”며 “티모퀴논은 염증을 완화시킴으로써 췌장암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를 발휘한다”고 밝혔다.

블랙커민시드에는 티모퀴논 성분 외에도 단백질, 비타민B1, 칼슘, 철분 등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다. 오메가3 및 올레산, 리놀렌산 등의 불포화지방산도 함유됐다. 불포화지방산은 혈중 지방을 줄이고 체내 인슐린 수치를 조절한다. 혈당 올라가는 속도를 늦추고 2형 당뇨 관리에 장기적인 도움을 준다.

인도약전(Unani pharmacopoeia of india)에 따르면 블랙커민시드는 하루 1g을 섭취하는 것이 적절하다. 티모퀴논 성분은 휘발성으로 공기 중에 쉽게 산화되므로 일반적인 오일 형태보다는 캡슐 형태로 가공해서 먹는 것이 안정적이다. 최근에는 캡슐로 블랙커민시드오일을 쉽고 간편하게 섭취할 수 있는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제품을 고를 때는 터키산 블랙커민시드에 냉압착방식을 적용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터키산이 미국, 인도, 이집트산보다 리놀렌산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또한 열을 가해 오일을 추출한 방식은 지방산이 파괴되므로 냉압착방식을 적용한 것이 보다 안정적이다.

황효진 기자 herald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