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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우병우, 이모 최순실 존재 알았다”… 턱 괸채 노려본 우병우

입력 | 2017-06-30 03:00:00

우병우 前수석 공판서 설전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조카 장시호 씨(38)가 검찰 조사에서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50)이 박근혜 전 대통령(65·구속 기소)과 최 씨의 관계를 알고 있어서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경질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29일 우 전 수석 재판에서 장 씨의 진술을 공개했다. 우 전 수석은 이를 부인하며 증인으로 출석한 장 씨와 치열한 설전을 벌였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장 씨는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을 많이 알고 있기 때문에 VIP(박 전 대통령)가 나에게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증언했다. 또 2016년 말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민정 때문에 다 이렇게 된 것”이라고 탓하는 것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검찰 측은 법정에서 장 씨가 검찰에서 “우 전 수석이 비선실세 최 씨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게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이라 (박 전 대통령이) 우 전 수석을 경질하지 않은 것”이라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장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이모가 20년 전 신사동팀 때부터 (함께) 일하던 걸 알고 있었고, 수석님께서 (박 전 대통령과) 오래됐다고 해서 서로 오래되신 분들이라 (박 전 대통령의 약점을) 알겠다고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우 전 수석이 재판부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장 씨를 직접 신문했다. “수석님이 오래됐다는 건 무슨 말이냐”고 따지자 장 씨는 “언론에서 알았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다시 우 전 수석이 “뭘 오래됐다는 거예요”라고 묻자 장 씨는 “대통령님과 일한 게 오래됐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검찰은 우 전 수석에게 “피고인이 직접 신문할 때는 재판장님께 말을 하고 해야 한다”고 제지했다.

이에 우 전 수석 측 변호인이 나서 장 씨에게 반격을 했다. “특검으로부터 아이스크림을 제공받았다고 했느냐”고 물었고 방청석을 채운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장 씨를 향해 야유를 보냈다. 재판부는 “오해할 소지가 있는 질문”이라며 변호인 측 신문을 제지했지만 장 씨는 방청석 반응에 위축된 듯 흐느끼며 답변을 이어갔다. 우 전 수석은 턱을 괸 채 증언을 하는 장 씨를 노려봤다.

이어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과 우 전 수석의 관계를 정리하려는 듯 장 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최 씨에게 함부로 할 수 없는 입장이었고 우 전 수석도 대통령과 최 씨 관계처럼 함부로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겠다고 생각한 것인데 이유가 어떤 건지는 모른다는 것이냐”고 묻자 장 씨는 “네”라고 답했다.

우 전 수석은 재판부의 신문 허가를 받은 뒤 장 씨에게 “재판장님이 맞다는 말씀이죠. 근데 저 아세요?”라고 물었고 장 씨는 “아니요. 모릅니다”라고 답했다. 장 씨가 증인 신문을 마친 직후 방청석의 박 전 대통령 측 여성 지지자 2명이 장 씨에게 “죽으려고…똑바로 살아라”라고 소리를 질렀다. 재판부는 이들을 강제 퇴정시켰다.

또 이날 재판에서 장 씨는 “이모(최순실 씨)가 아침마다 청와대에서 봉투에 밀봉된 서류를 받았다”며 “그중 일부는 ‘민정(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 자료로 인사 대상자에 대한 세평이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 씨가 박 전 대통령에게 추천한 여러 인사에 대해 민정수석실이 인사 검증을 한 자료를 최 씨가 받아봤다는 것이다. 장 씨는 “(이모가) 아리랑TV 사장 자리에 앉힐 사람을 추천하라고 해서 제가 소개한 SBS에 다니던 분이 이모와 술자리를 했다. (이모가) 민정수석실 검증 결과 땅을 투기성 구매해 안 된다고 해서 그분에게 ‘민정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란 설명을 전화로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또 자신이 운영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이 후원한다는 소문이 돌자 최 씨가 “VIP(박 전 대통령) 민정수석실에서 관리를 하는 것인데 너희가 개인적으로 소문을 내고 다니면 안 되는 일”이라고 꾸짖었다고 밝혔다.

이날 최 씨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로 이감된 지 3개월 만에 다시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옛 성동구치소)로 옮겼다. 앞서 최 씨 측은 남부구치소가 재판을 받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거리가 멀다며 이감을 요청했다.

권오혁 hyuk@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