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訪美 첫날]트럼프 30일 회담서 ‘무역격차’ 꺼낼듯
○ “재논의” vs “필요 없어”… 정반대 메시지
정상회담을 이틀 앞두고 한미 양국은 한미 FTA와 관련해 180도 다른 메시지를 내놨다. 백악관 핵심 관계자는 28일 전화 브리핑에서 한미 간 무역 이슈가 이번 회담에서 집중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문제를 한국과 솔직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은 한미 무역관계가 불균형한 상황에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 문제에 대해 미국 측이 공세적인 입장을 띨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한국은 회담 직전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FTA 재협상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전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의 한미 FTA는 양국 간 이익 균형이 잘 맞춰져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FTA의 효과를 강조하면서 회담 의제로 한미 FTA 재논의를 꺼낼 필요가 없음을 에둘러 표시한 것이다. 이어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FTA 문제를 꺼내면 올해 들어 미국의 무역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고 한국의 대미 투자가 늘면서 고용이 늘었다는 점을 충분히 납득시킨다면 올바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미국, 자동차 철강 등 구체적 품목까지 거론
백악관은 구체적인 품목까지 꼽아가며 FTA 개정에 나설 뜻을 시사했다. 백악관 측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산 자동차 문제, 그리고 한국에서 미국 자동차 판매에 여전히 장벽이 존재하고 때로는 한국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 제품의 양이 과도하다는 사실 등에 관해 솔직 담백하게 얘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동차와 철강 등 한미 FTA 재논의를 위한 각론까지 준비해 두었다는 의미다.
○ 압박은 강해지는데 주무 부처 장관도 임명 안 돼
미국이 한미 FTA 재개정 요구를 하는 이유는 양국 간 무역 역조 때문이다. 2011년 116억 달러 수준이던 한국의 대미(對美) 무역흑자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서 2015년 258억 달러로 늘어났다. 한국 측은 무역 역조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233억 달러로 1년 전보다 9.7%가량 줄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무역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며 설득에 나섰다. 여기에 중국 일본에 비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작고 서비스 수지는 한국이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도 미국 측에 강조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미 양국 통상 문제에 제대로 준비했는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한미 FTA를 담당하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아직도 임명되지 않았다. 경제부처 장관급 인사 모두 방미단에서 제외된 채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재개정 요구에 맞서야 하는 점도 문제다.
정부 관계자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통상교섭 기능이 산업부에 남는지 외교부로 이관되는지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고, 지금은 사실상의 장관 부재로 업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산업부가 한미 FTA 문제를 충분히 검토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