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訪美 첫날]정상회담 주요의제서 일단 배제
당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이슈로 예상됐던 문재인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지연 배치 문제가 회담을 앞두고 최우선 논의 순위에서 비켜서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각종 인터뷰를 통해 “사드 배치를 철회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만큼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사드 배치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되 배치 시기 등 각론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데 청와대와 백악관이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의 핵심 관계자는 28일(현지 시간) 사드 논란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사드 배치 완료를 위한 절차(환경영향평가)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그것이 사드 배치 결정을 뒤집는 것과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사드 문제가 반드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논점이 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회담에서 사드 이슈가 거론되더라도 한미 동맹을 근간으로 (사드 배치는 절차를 거쳐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양국 간 합의를 확인하는(routine matter of housekeeping in the bilateral relationship) 수준에서 논의될 것”이라고도 했다.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회담 전후 사드 이슈가 갑작스레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백악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한미 무역 이슈에 대해 “불균형하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회담에서 공세적으로 나오겠다고 밝힌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에서 통상 이슈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불쑥 ‘사드 조기 배치 요구’를 꺼내 들 수도 있다는 것.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 이슈를 원론적인 수준에서 거론하라는 백악관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들일지는 트럼프만이 아는 일”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라”는 중국 측의 주장은 의미심장하다. 외교 당국자는 “중국은 한국 정부에 중국이 원하는 것은 연기가 아니라 완전 철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특히 사드의 한국 배치를 미국 미사일방어(MD)의 전초기지로 보는 중국의 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 7월 초 개최될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직전 베를린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정상회담이 더욱 주목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사드 논란을 잠시 비켜갔지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문 대통령과의 첫 대면에서 사드 문제를 강하게 압박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