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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위원회 좌담]도덕성 넘어 역량검증 필요… 인사논란 원인도 따져야

입력 | 2017-06-30 03:00:00

문재인 정부 인사와 언론 보도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6일 본사 회의실에서 ‘문재인 정부 인사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왼쪽부터 이진녕 미디어연구소장, 강무성 조화순 위원, 이진강 위원장, 신용묵 안민호 김광현 위원.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돼 가고 있다. 개혁과 적폐 청산을 내건 새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는 등 인사(人事)에서 적잖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동아일보 독자위원회는 26일 ‘문재인 정부 인사와 언론 보도’를 주제로 토론했다. 》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시절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혹독하게 검증하고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뭔가 다를 줄 알았는데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대한 동아일보의 검증과 보도에 대해 짚어주시기 바랍니다.

이진강 위원장=정권 초기라는 특성상 인사 검증에 대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인사 검증을 어떤 관점에서 다뤘고, 주요 이슈는 어떤 게 있었습니까.

김광현 위원=동아일보는 전통적으로 인사 검증을 강하게 해왔습니다. 어느 정부에는 약하게, 어느 정부엔 강하게 할 순 없다는 것이 기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직 배제 5대 원칙’을 내세웠기 때문에 장관 후보자들이 도덕적으로 깨끗할 거라 생각했는데 갈수록 문제가 드러나고 있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위원장=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탄핵으로 야기된 비상시국에서 탄생한 정부이기 때문에 출범 전에 미리 예비내각(섀도캐비닛)을 구성하고, 정치권과 잘 협의해 신속하게 내각을 출범시키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제언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잘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조화순 위원=동아일보가 대선 보도나 인사 검증에 있어 독자친화적인 보도를 많이 했다고 봅니다. 지난 주말판에 나온 ‘내로남불’ 공방은 인사 검증의 맹점과 새 정부 인사의 문제점을 이해하기 쉽게 제시한 것 같습니다. 초반에 경제부총리 등을 지명할 때만 해도 국민이 호의적으로 지켜봤는데, 이후엔 도덕적으로 흠결이 있거나 코드 인사로 흘렀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신용묵 위원=독자는 매번 되풀이되는 기사보다는 변화하는 기사를 원합니다. 인사 검증의 경우 도덕적인 면도 보지만 능력과 역량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역량 부분에 대한 동아일보의 보도는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후보자의 과거 언행을 깊이 취재해 보여줘야 하는데 10년 전이나 최근 기사를 비교해 봐도 온통 도덕성 검증과 관련한 논란뿐이라 식상함을 느낍니다.

안민호 위원=인사 정국에서 동아일보가 타지와 뚜렷한 차별성이 없습니다. 동아일보가 어떤 가치나 어젠다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줘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못한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판의 ‘내로남불’ 특집도 착점이 좋고 재미는 있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향 제시가 없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강무성 위원=인사 관련 보도를 보면서 자꾸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량 부분은 거의 얘기를 하지 않고 자극적으로 돌출된 도덕성 문제만 부각시키는 것은 문제라고 봅니다. 동아일보에서 자주 눈에 띄는 따옴표 제목은 검증이 필요한 내용을 담고 있는 데다 대체로 부정적인 언급이 많다는 점도 눈에 거슬렸습니다.

조 위원=정책과 역량 검증에 주력하자는 말에 동의합니다만, 도덕성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인사청문제도 자체를 부정하거나 그것의 유용성까지 무시하긴 어렵다고 봅니다. 낙마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는 큰 흠결이라 발목잡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 위원장=개별 인사 문제를 떠나 왜 문재인 정부가 인사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보도가 없었던 것도 아쉽습니다. 인수위가 없는 정부 출범이기에 준비할 시간이 없던 걸로 용인할 수 있는지, 아니면 문재인 정부의 지지도가 높고 국민의 기대치에 기댄 오만 때문에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인지 분석적으로 접근하지 못한 것 같아요. 앞으로 남아 있는 청문회 검증에서는 분석적으로 기사를 써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개별적인 인사 문제의 아쉬웠던 점도 논의를 해보죠.

강 위원=개별 인물에 대한 검증은 사실 그대로 보도해주면 된다고 생각해요. 코드 인사와 논공행상을 자주 거론하는데 소통이 안 되는 사람들과 국정을 같이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코드라는 말을 붙이면 현 정부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도와주는 게 아니라 거꾸로 밀어붙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안 위원=6월 6일자 1면 톱기사 ‘고장난 검증 시스템, 文정부인사 첫 사퇴’의 경우 줄사퇴가 아니라 첫 사퇴인데 ‘고장난’이라고 제목을 단 것은 악의적이라기보다 습관적으로 이전의 보도 유형을 그대로 따라간 기사라고 생각합니다.

신 위원=
‘김상곤 송영무 조대엽 비리 3종세트’라는 제목도 지나치게 모호하고 자극적입니다. 독자들은 언론이 더 디테일하고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해주길 원합니다. ‘비리 3종세트’ 식으로 몰아가면 독자들은 정치권의 멘트로 보지 신문기사라고 여기진 않을 겁니다.

조 위원=코드 인사라는 말을 왜 썼느냐고 지적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정부가 탕평인사를 내세운 데다 여소야대 정부 아닙니까. 갈수록 캠프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으니까 야당에 빌미를 주고 있는 것이죠.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표절도 중요한 문제지만 자사고 폐지 같은 정책의 검증도 그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이 위원장=
인사권자인 대통령은 공선사후(公先私後)를 지켜줘야 합니다. 또 대상이 되는 후보자는 자신의 거울에 비춰 받아들일 것인가 고민해야 합니다. 요즘 문제되는 몇 사람도 장관직을 받아서는 개인적으로도, 국가적으로도 안 되겠다고 생각하는 게 바로 예의염치거든요. 판단자 입장에서는 역지사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신 위원=개별 후보자의 문제점과 문재인 정부 인사의 전반적인 문제점은 구분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구분이 안 되고 뒤죽박죽인 기사에 독자의 만족도가 높을 순 없습니다.

이 위원장=
메인 주제와는 별도로 동아일보의 최근 다른 기사에 대해서도 짚어 보죠.

강 위원=6월 13일자를 보면 프랑스 총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당이 의석을 휩쓸었다는 기사를 1면 톱기사로 뽑았고,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기사는 아주 작게 처리했습니다. 독자들 중엔 어떤 의도가 작용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김 위원=프랑스 총선은 세계사적인 흐름에서 중요한 내용이라 그렇게 한 것이 편향적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시정연설은 추경 시정연설이고 새 정책과 내용은 없었기에 굳이 비중 있게 써야 할 이유는 없다고 봤습니다.

신 위원=
6월 22일자에 미세먼지와 관련한 기자칼럼이 나오는데, 미세먼지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감안하면 칼럼 외에 심층보도가 부족한 것 같습니다. “촛불 들어 미국 쓸어버릴것”(6월 19일자 12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 촛불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짚어주는 설명이 없는 게 아쉬웠습니다.

조 위원=
6월 13일자 권력구조 개편을 다룬 기사는 유용하다고 생각하지만 국민 입장과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회가 정책적 사안을 다루는 능력과 도덕성에서 대통령제하에서의 정부보다 더 우수한가에 대한 우려도 있는데 이를 제대로 짚어주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안 위원=
일자리 어젠다는 독자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인데, 과거 보도 방식대로 ‘민노총이 문제다’라는 식의 보도를 넘어서는 분석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 위원장=
오늘 논의한 내용을 포함해 동아일보가 앞으로 있을 인사청문회와 고위 공직자 인사에서는 국민의 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리=김동원 기자 daviskim@donga.com·김문희 인턴기자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