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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이태훈]대통령과 검찰

입력 | 2017-06-30 03:00:00


이태훈 정치부 차장

취임 직후 강경 일변도로 검찰을 압박하던 문재인 정부가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낙마 이후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다. 문 대통령은 18일 “검찰 개혁은 국민적인 요구이지만 검사 개개인들이 개혁의 대상인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정권을 위해 줄서기 했던 아주 극소수의 정치검사들에게 문제가 있을 뿐이고 대다수 검사들은 정말 초연하게 사회 정의를 지키기 위해 묵묵하게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검찰의 문제를 극소수 정치검사에게 한정함으로써 조직의 동요를 막고 검찰 내부에 개혁을 위한 우호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포석이다.

정치검사는 군사정부 시절의 정치군인에서 유래했다. 정치군인은 나라를 지키는 본분에서 벗어나 직접 권력을 잡거나 권력에 줄을 대 출세한 비뚤어진 군인을 일컫는다. 문 대통령이 말한 정치검사도 정치적 중립을 지키며 시시비비를 가려 죄인을 처벌하는 본분에서 일탈한 정권 해바라기형 검사일 것이다. 정치군인처럼 정치검사는 권력을 등에 업고 조직을 주물러 국민과 검찰에 끼친 해악이 컸다. 진실과 국민의 편이 아니라 대통령과 정권의 이익을 위해 수사나 형사정책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정치검사는 왜 사라지지 않는 걸까. 필자는 대통령이 검사 인사권을 행사하는 구조 자체가 정치검사를 양산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고 본다. 세상의 모든 조직에서 인사 대상자가 인사권자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사들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승진·전보 인사도 대통령이 결재한다. 정부 직제상으로도 검찰은 법무부 외청(外廳)이어서 크게는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따라 수사한다.

따라서 정치검사를 근절하려면 검사들이 대통령 눈치를 볼 필요가 없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대통령이 검찰 인사에서 손을 완전히 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검사들이 승진을 위해 권력에 줄을 댈 필요가 없고, 수사 성과로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더 노력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18일 “그런 분들(묵묵히 노력하는 검사)도 이제는 검찰이 정치적 줄서기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말했듯이 대다수 검사는 지금도 범죄 척결과 정의 실현을 위해 불철주야 뛰고 있다.

때마침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가 내각에 군림하지 않겠다는 국정 방향을 밝혔는데 이런 철학을 검찰의 인사 독립에 우선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인사와 예산, 재판이 모두 대통령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된 법원은 판사들이 인사를 위해 권력과 정치권에 줄을 선다거나 판결이 정치의 영향을 받았다는 논란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점도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이다.

정치검사도 문제이지만 정권마다 대통령을 향해 수사에 나서야 했던 검찰의 부담스러운 입장도 이제는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검사는 행정부 공무원으로서뿐 아니라 범죄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누구든지 수사를 해야 하는 더 본질적인 직무가 있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혐의가 있으면 수사에 나서야 하는 것이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 24년간 검찰이 대통령이나 그 가족, 측근들을 수사하지 않은 때가 없었다. 정권 초에는 꼼짝 않고 있다가 대통령 힘이 빠지면 마지못해 수사해온 검찰의 이중적 행태에 대한 국민의 실망도 한계점에 다다랐다.

그런 만큼 정권마다 인사권자를 향해 총부리를 겨눠왔던 검찰의 무거운 짐을 덜어주는 것이 국민과 검찰을 위해 필요하다. 그 대신 권력형 비리는 미국 연방수사국(FBI)같이 청와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제3의 정예 수사기관을 만들어 수사하면 정치적 논란도 줄어들고 국민이 원하는 공정사회 실현에도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과 검찰의 모순된 관계를 그만 청산하자.
 
이태훈 정치부 차장 dong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