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빌리 조엘의 ‘Honesty’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남편: 그래도 난 쟤처럼 까칠하지는 않잖아?
―아내: 쟤도 자기가 까칠하다는 사실을 몰라.
차를 마시며 뉴스를 보는데 논란과 의혹에 휩싸인 어떤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장면이 나왔습니다. 채널을 돌리려는데 그분이 “저의 정직함을 보여주고자 나왔다”고 하시더군요. 순간 전 재채기를 하며 마시던 차를 뿜어내고 말았습니다. 깜짝 놀라서 사레가 들렸거든요. 이젠 젊다고 할 수 없는 분께서 아직도 자신이 정직하다고 믿으면서 그것을 증명해 보이시겠다니?!
조금 더 듣다 보니 본인도 깜짝 놀랐다고 하시더군요. 물론 다른 이유 때문에 놀라신 건데, 그랬다면 그 액수의 의도를 간파하고 받지 말았어야 했을 것입니다. 나라를 위했다면 더욱더 그랬어야 했겠죠. 하지만 제가 뭐라 할 자격은 없습니다.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저도 어떻게 할지 자신이 없으니까요.
인간은 자기애적인 동물입니다. 이 세상의 주인공은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처럼 각자 자기 자신이죠. 우린 이 세상의 평가자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을 꽤 착하고 옳은 사람이라 믿어야 합니다. 그런 자아상을 지키기 위해선 작은 부정행위를 저질러도 ‘이 정도는 괜찮아’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도덕적 기준과 이기적인 욕망들 사이의 불균형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게 되니까요. 착한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기만을 하는 이유입니다.
자기기만은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인간은 스스로를 속일 줄 아는 유일한 동물입니다. 누군가를 속여 득을 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속여 득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죠. ‘할 수 있다!’는 하얀 거짓말을 스스로에게 해서 객관적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를 얻는 것처럼 말이죠. ○×의 디지털 논리가 아니라 애매모호한 현상과 개념들을 큰 집단으로 만들어서 그 집단에 속하는 정도에 따라 우열을 결정하는 ‘퍼지 논리’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자기기만은 진화의 결과물 중에서 최고의 명품 중 하나입니다.
김창기 전 동물원 멤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