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교 시인·동아대 명예교수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소로우의 노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소로우의 노래’에 나오는 글이다. 그는 하버드대를 나왔지만 도시의 화려한 삶을 버리고 월든 숲으로 들어가, 한 칸 통나무집을 짓고, 단 하나의 침대와 세 개의 의자만을 만들어 최대한 간소하게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았다. 길상사에 가보면 법정 스님이 쓰시던 나뭇가지를 엮어 엉성하게 만든 나무 의자 하나를 볼 수 있는데, 아마 소로가 만든 의자도 그런 것이었을 것이다. 그 의자에 앉아 그는 일출과 일몰을 보며 사색하고 봄과 가을의 숲과 구름과 새와 나무 그런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보는 법을 생각했을 것이다. 시인의 눈으로 보는가, 과거의 눈으로 보는가, 긍정적으로 보는가, 부정적으로 보는가, 삶의 눈으로 보는가, 죽음의 눈으로 보는가 등등. 그는 또 이렇게도 말하고 있다.
오늘도 나는 그를 보았다. 그는 장애인이었다. 수영강사는 특수하게 만든 고무튜브 같은 것에 그를 태우고 다리를 오므렸다 벌리게 하며, 또 손을 올리고 내리고 하는 것을 연습시키고 있었다. 그 장애인 청년은 온 힘을 다해 팔을 끌어올리고는 했다. 그러는 청년을 한참 바라보고 있자니 필사의 힘으로 팔을 끌어올리고 내리는 그 모습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청년의 눈은 웃음기마저 띠고 자기의 팔을, 수영강사가 붙들고 있는 다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긍정의 눈이었다. 아름다움에의, 삶의 눈이었다.
나도 물그림자 속으로 비치는 나의 다리를 바라보았다. 오랫동안 항경련제를 먹은 탓에 균형감각을 잃어 잘 넘어지는 나의 다리를, 그 때문에 잘 삐는 나의 발목을. 그 나의 다리를, 약한 발목을 나는 얼마나 원망했던가, 남이 다 가는 길로 나를 데려다주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저 청년의 다리는 움직이지도 못해 다른 사람이 벌려주고 있지 않는가.
나는 그날 저녁 흥얼거리듯이 시 하나를 썼다.
(필자의 시, ‘발목, 기타기타’ 중에서)
강은교 시인·동아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