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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빈자리 선점하라” 이라크 정부-쿠르드족 갈등 불거질듯

입력 | 2017-07-01 03:00:00

모술 탈환 이후의 숙제




이슬람국가(IS)의 3년 강점기를 사실상 벗어난 모술에서는 인구 200만 명에 이르는 이라크 제2도시로의 부흥을 이루기 위한 주민의 자발적 재건 작업이 한창이다. IS의 압제와 치열한 전투의 상흔으로 파괴된 도시 곳곳에서는 폭격 잔해를 걷어내고 건물을 새로 올리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모술 동부에서 자동차 부품점을 운영했던 라페흐 가넴 씨는 4월부터 주변 상인들과 함께 상점 건물을 다시 짓기 위한 공사를 한창 벌이고 있다. 그의 2층짜리 가게는 1월 폭격으로 파괴됐다.

IS가 쫓겨난 뒤 이라크 인근 도시와 터키 등 주변 지역과의 길이 다시 연결돼 보급이 재개되면서 시멘트와 철 등 건축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S 치하에서는 시멘트 1t에 300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넴 씨는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앞으로 도시 재건 프로젝트가 많아지면 철이나 시멘트 등 건축자재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기에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IS의 폭정과 전쟁으로 주택 수백 채와 공항, 기차역, 대학 같은 공공건물들이 대부분 파괴돼 도시를 정상화하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라크군이 지난달 29일 공식 탈환을 선언했지만 아직 서부 구시가지에는 IS 잔당이 남아있는 상태라 정부가 재건을 주도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IS가 사라진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족 간 각축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술 탈환전에는 이라크군뿐 아니라 쿠르드 자치정부의 민병대 페슈메르가도 참전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불편한 공존을 이어온 쿠르드족과 이라크 정부가 모술을 두고 벌이는 경쟁과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올해 9월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에서 독립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해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라크에서 IS가 완전히 축출되더라도 새로운 저항집단이 나올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IS는 2003년 이라크전쟁으로 축출된 수니파 정권 출신들을 강경하게 탄압하는 시아파 새 정부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IS가 사라져도 IS를 태동시킨 이라크의 고질적인 수니-시아 갈등은 여전하다. 압도적 무력으로 지역을 안정시킬 수 있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철수한 상태라 이라크 정부가 IS 이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무장 투쟁을 진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록 수니파 과격주의 집단인 IS가 패퇴했다고 해도 나라를 시아파에 빼앗겼다는 옛 바트 잔당(과거 수니파 집권당)의 분노는 여전히 상존한다”며 “이라크에서 IS가 궤멸된 이후 이라크의 수니파-시아파-쿠르드 간 갈등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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