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술 탈환 이후의 숙제
IS가 쫓겨난 뒤 이라크 인근 도시와 터키 등 주변 지역과의 길이 다시 연결돼 보급이 재개되면서 시멘트와 철 등 건축자재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S 치하에서는 시멘트 1t에 300달러 수준이었는데, 최근에는 25% 수준으로 떨어졌다. 가넴 씨는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는 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앞으로 도시 재건 프로젝트가 많아지면 철이나 시멘트 등 건축자재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기에 최대한 빨리 시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IS의 폭정과 전쟁으로 주택 수백 채와 공항, 기차역, 대학 같은 공공건물들이 대부분 파괴돼 도시를 정상화하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다.
IS가 사라진 빈자리를 차지하려는 이라크 정부와 쿠르드족 간 각축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술 탈환전에는 이라크군뿐 아니라 쿠르드 자치정부의 민병대 페슈메르가도 참전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불편한 공존을 이어온 쿠르드족과 이라크 정부가 모술을 두고 벌이는 경쟁과 갈등이 수면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올해 9월 쿠르드자치정부가 이라크에서 독립을 결정하는 주민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해 갈등이 더 증폭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라크에서 IS가 완전히 축출되더라도 새로운 저항집단이 나올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IS는 2003년 이라크전쟁으로 축출된 수니파 정권 출신들을 강경하게 탄압하는 시아파 새 정부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다. IS가 사라져도 IS를 태동시킨 이라크의 고질적인 수니-시아 갈등은 여전하다. 압도적 무력으로 지역을 안정시킬 수 있는 미국이 공식적으로 철수한 상태라 이라크 정부가 IS 이후 전국 곳곳에서 벌어질 무장 투쟁을 진압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비록 수니파 과격주의 집단인 IS가 패퇴했다고 해도 나라를 시아파에 빼앗겼다는 옛 바트 잔당(과거 수니파 집권당)의 분노는 여전히 상존한다”며 “이라크에서 IS가 궤멸된 이후 이라크의 수니파-시아파-쿠르드 간 갈등 국면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