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공동성명에 없는 내용… “재협상중이다” 일방적 주장 문재인 대통령 “합의 외의 얘기 한것” 협정엔 재협상 응할 의무 없어
“한국과의 무역협정을 재협상(renegotiating) 중이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공동성명) 합의 내용을 보면 된다. 나머지는 합의 외의 이야기다.”(문재인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경제 현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두고 ‘변칙 작전’과 ‘정공법’으로 맞섰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과의 만찬 직후 트위터에 “새 무역협상을 포함한 많은 주제를 토의했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모두발언과 공동성명에서도 한미 FTA 재협상을 꺼내들었다.
6개 항으로 된 공동성명에 ‘한미 FTA’는 등장하지 않는다. 청와대도 공식적으로 “한미 FTA 재협상을 합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의 공식 논의와 합의를 건너뛰고,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까지 감수하며 언론 카메라 앞에서 일방적인 주장을 펼친 건 다분히 국내 지지층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미국 자동차·철강 산업의 메카였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역)는 트럼프의 최대 지지 기반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철강의 무역수지 불균형을 콕 집어 말한 이유다.
한미 FTA 재협상 및 개정은 절차가 복잡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기도 쉽지 않아 단기간에 결론이 나긴 어렵다. 한미 FTA 협정문 24장(최종 규정)에 따르면 FTA 개정과 관련해 ‘양국은 협정 개정에 서면으로 합의할 수 있다’고 규정했을 뿐, 한쪽이 재협상을 요구하면 상대방이 반드시 응하도록 의무로 정해놓지는 않았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미 FTA 재협상은 트럼프 대통령이 늘 주장해왔던 것으로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다만 한국도 FTA 재협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게 적지 않은 만큼 미국에 요구할 내용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