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런스 스튜어트 파이어스타인·장호연 번역·뮤진트리·2017년
백선희 번역가
몇 번의 클릭으로 모든 지식을 접할 수 있는 이런 시대에 학교는 인간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사실에 대한 지식을 가르치는 것이 과연 의미 있는 일일까?
이 책의 저자는 “무지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식보다 무지가 훨씬 중요하고 흥미로운 주제라는 것.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로 신경과학과 생명과학을 가르치는 그는 실제로 학교에 ‘무지’라는 제목의 강의를 개설하고 여러 분야의 과학자들을 초빙해 ‘그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강단에서 이야기하게 했다. 매우 흥미롭게 진행된 그 수업을 토대로 쓴 이 책에서 지은이는 왜 우리가 무지에 주목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저자는 “과학이란 캄캄한 방 안에서 검은 고양이를 더듬어 찾는 일과 같다”고 썼다. 동아일보DB
이 책은 주로 과학 이야기를 하지만 그 내용은 결코 과학 전공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물음과 호기심이 사라진 모든 교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자문하지 않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다. 저자가 의도적으로 짧고 쉽게 쓴 덕에 과학 지식이 없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과학적 발견과 관련해 소개한 일화들도 흥미롭고, 반짝이는 경구들도 눈길을 끈다. 젊은 시절 연극계에 몸담았다가 서른이 넘어 대학에 진학해 학자로 변신한 저자의 독특한 이력 때문인지 인용에 끌어들인 인물의 면면도 다채롭다. 물리학자, 심리학자, 수학자, 코미디언 등 온갖 분야 인물이 등장한다. 그 낯선 이들 틈에서 비트겐슈타인, 러셀, 로댕 같은 귀에 익은 이름을 만나는 것도 반갑다.
백선희 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