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택 국민대 체육대 교수
대통령은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의 성과를 언급하며 스포츠가 줄 수 있는 화합과 평화의 가치와 정신을 높이 평가했다. 남북한은 2000년부터 약 8년 동안 주요 국제스포츠대회에서 9차례 동시 입장했다. 물론 남북의 스포츠 교류와 단일팀 구성은 정치적 환경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왔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은 단일팀 구성보다 남북의 정치적 환경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함을 언급할 정도이니, 대통령의 제안이 냉혹한 현실에 부딪힌 듯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대통령의 제안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선결 문제가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평창 겨울올림픽 출전권을 딴 북한 선수는 한 명도 없으며, 마지막 기대인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조차 출전권 획득이 불확실하다. 남한과 같이할 북한 선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체육계는 상시적인 남북 스포츠 교류를 기대해왔다. 비교적 정치적 환경에 덜 민감한 방식과 과정을 통해 대규모 이벤트의 전시성 교류가 아닌 민간 수준에서의 실제적인 교류를 원했다. 경평 축구를 필두로 다양한 정기 교류전을 말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 대통령의 메가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언급이 불편한 것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단일팀 구성의 제안은 절대적으로 부적절했던 것일까. 비록 이번 제안이 현실적이지 않다 하더라도, 앞으로 있을 많은 남북한 스포츠 교류를 위해서라면 이번 제안이 필요했을지 모른다. 시점과 사안의 문제라기보다는 시작의 문제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평창뿐 아니라 도쿄, 베이징도 있으며 크고 작은 국내외 대회들이 즐비하게 도열해 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많은 교류의 출발선일 수 있다. 스포츠보다 정치 환경이 우위를 점한다 한들 지레 포기할 이유는 없다. 선결되어야 할 많은 문제 때문에 시도를 포기한다는 것은 적극성을 포기하는 것이다. 결과가 미진하더라도 과정에서 얻는 것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든 단체든 이번 제안을 위해 북측과의 교섭은 물론 국제 스포츠 사회에도 우리의 의지와 노력을 알려야 한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며 교류의 물꼬를 터야 한다. 이번 제안이 세밀하지 못하고 현실적이지 않아 보이더라도 구현하는 과정과 결과물의 효과는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무엇이든 성사될 수 있도록 모든 가능성을 타진해야 한다.
이대택 국민대 체육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