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TV 등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류 해상도가 풀HD에서 4K(UHD, 3840x2160)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초고해상도 뿐만 아니라 144Hz가 넘는 고주사율과 기존의 8bit 색재현력(1677만 7216색, 이른바 '트루컬러')을 뛰어넘어 10bit에 이르는 색상(10억 7374만 1824색)을 표현할 수 있는 HDR(하이 다이나믹 레인지)도 디스플레이 업계의 새로운 화두다.
같은 디스플레이 시장이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두고 TV와 모니터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게 전개되고 있었다. TV 제조사는 4K 해상도와 HDR에 집중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영상 콘텐츠를 보다 풍부한 색감으로 눈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반면 모니터 제조사는 4K 해상도와 함께 고주사율에 집중했다. 게임 등을 보다 부드러운 화면에서 즐길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정작 4K와 HDR을 동시에 지원하는 모니터는 매우 드물었다. 하지만 모니터로도 4K와 HDR을 함께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는 분명 존재했다. 때문에 벤큐, LG전자 등 주요 모니터 제조사가 4K와 HDR을 지원하는 플래그십(최상위 모델) 모니터를 시장에 출시하기 시작했다. '벤큐 SW320 아이케어(이하 SW320)'가 바로 그런 제품 가운데 하나다.
<4K와 HDR을 지원하는 전문가용 모니터 벤큐 SW320 아이케어>(출처=IT동아)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과 HDR의 만남
SW320은 영상 전문가를 위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갖춘 모니터에 HDR10 기능을 추가한 제품이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이란 사진, 그림 등 인쇄한 결과물과 모니터에 표시되는 색상간 괴리를 최대한 줄이는 작업이다. 프린터로 출력한 결과물과 모니터에 표시되는 화면의 색상이 동일해지도록 교정하는 작업을 뜻한다. 사진이나 인쇄 등을 업으로 하는 사용자들에게는 필수적인 과정이다.
물론 운영체제, 그래픽카드 프로그램(엔비디아 제어판, 라데온 소프트웨어 등) 등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색상을 어느 정도 교정할 수 있지만,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만큼 정확하게 교정할 수는 없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진행하려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터(별매),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지원하는 모니터(SW320), 캘리브레이션 소프트웨어 등 세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SW320은 캘리브레이션 소프트웨어로 다양한 캘리브레이터를 지원하는 전용 SW '팔레트 마스터'를 함께 제공한다. SW320은 엑스라이트 i1 프로1, 2와 데이터컬러 스파이더4, 5 등 5가지 캘리브레이터를 지원한다. 물론 캘리브레이터는 따로 구매해야 한다.
<캘리브레이터를 활용해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을 진행하는 모습>(출처=IT동아)
하드웨어 캘리브레이션으로 교정한 색상은 컬러 모드에서 바로 불러올 수 있다. 설정 버튼 > 컬러 어드저스트먼트 > 컬러모드 > 캘리브레이션1, 2에 들어가면 바로 찾을 수 있다.
<SW320의 디지털 암실에는 캘리브레이터를 더욱 편하기 이용할 수 있도록 구멍이 존재한다>(출처=IT동아)
전문가를 위한 다양한 색영역 옵션
SW320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색영역인 'sRGB' 뿐만 아니라 sRGB에서 녹색 표현이 더욱 강화된 '어도비RGB', 어도비RGB보다 적색과 녹색 표현력이 더 뛰어난 디지털 영화 색상 표준 'DCI-P3', HDTV 색상 표준인 'Rec.709' 등 다양한 색영역 옵션을 제공한다. 덕분에 어도비RGB로 촬영한 사진도 정확한 색감으로 확인할 수 있고, DCI-P3로 촬영한 동영상도 정확한 색감으로 보정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색영역 옵션은 사진 및 영상 전문가를 위한 최고급 모니터라면 다들 갖추고 있는 기능이다. SW320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HDR10 색영역 옵션까지 제공한다. HDR 10은 0니트~1000니트 사이의 명암 표현력과 10비트의 색 표현력을 갖춘 HDR 디스플레이 표준이다. 돌비 비전과 함께 HDR 업계의 양대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4K 블루레이나 비디오 게임 등 현재 제작되는 거의 대부분의 HDR 콘텐츠가 HDR10 규격에 맞춰 제작되고 있다.
<SW320은 sRGB, 어도비RGB, DCI-P3, Rec.709, HDR10, 블랙&화이트 등 다양한 색상 옵션을 제공한다>(출처=IT동아)
SW320에서 HDR 콘텐츠를 감상하고 싶다면 반드시 색상 옵션에서 HDR을 선택해야 한다. 다른 색영역 옵션과 HDR을 함께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 다른 생영역을 선택한 상태로 HDR 콘텐츠를 재생하면 밝고 어두운 부분의 데이터가 손실되어 색상이 이상하게 표현되니 주의할 것(특히 sRGB 영역에서 심하다).
이러한 다양한 색 영역과 색상 옵션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도록 단축 다이얼(Hotkey Puck)을 함께 제공한다. 옵션 버튼을 누르고 힘들게 색 영역을 찾지말고 미리 단축 다이얼에 색 영역을 할당한 후 빠르게 색 영역을 전환해가며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단축 다이얼은 메뉴 버튼 > 시스템 > 컨트롤러 1, 2, 3에서 할당할 수 있다.
<색 영역과 색상 옵션을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단축 다이얼. 모니터 가운데에 설치할 수도 있고, 따로 분리할 수도 있다>(출처=IT동아)
사진, 동영상 편집 작업 뿐만 아니라 동영상 감상과 게임용으로도 탁월
SW320은 사진이나 동영상 편집 작업이 잦은 전문가를 위한 고급 모니터이지만, 동시에 4K 해상도, HDR 콘텐츠를 감상하길 원하는 일반 사용자를 위한 모니터이기도 하다.
<SW320에서 4K, HDR 동영상을 감상하는 모습. 어두운 곳은 더욱 어둡게, 밝은 곳은 더욱 밝게 보여 눈이 즐겁다>(출처=IT동아)
4K와 HDR을 지원하는 동영상 콘텐츠는 4K 블루레이나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유튜브 등에서 찾을 수 있다. 4K 블루레이는 국내에 정발된 콘텐츠가 얼마 없고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나 유튜브는 국내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가 적으니, 실질적으론 넷플릭스에서 4K와 HDR을 지원하는 동영상 콘텐츠를 찾아야 한다.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옥자', 마블 '루크 케이지', '빛으로 그린 이야기' 등 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4K 해상도와 HDR로 촬영되고 있는데, SW320은 최고급 TV와 함께 이러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제품이다.
SW320에서 넷플릭스의 4K, HDR 콘텐츠를 감상하려면 크롬캐스트 울트라, 플레이 스테이션4 프로, 엑스박스 원 S 등 4K, HDR 송출을 할 수 있는 기기가 필요하다. 스마트TV 운영체제가 없기 때문에 SW320에서 바로 넷플릭스를 감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비디오 게임의 경우 사정이 좀 더 낫다. 플레이 스테이션4 프로, 엑스박스 원 S 등 주요 비디오 게임기가 HDR 게임 콘텐츠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4K, HDR 출력을 지원하는 비디오 게임기에서 HDR을 지원하는 게임을 실행하면 좀 더 실제에 가깝고 실감나는 색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SW320으로 4K 업스케일링과 HDR10을 지원하는 레이싱 게임 \'포르자 호라이즌3\'를 실행한 모습. 보다 화사하고 실제에 가까운 색감을 경험할 수 있다>(출처=IT동아)
벤큐 SW320 아이케어(출처=IT동아)
특히 엑스박스 원 S나 추후 발매될 예정인 엑스박스 원 X 등 일부 비디오 게임기는 4K 블루레이(4K 해상도+HDR, 일부 콘텐츠는 HDR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까지 재생할 수 있어 4K, HDR 게임 콘텐츠와 동영상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물론 4K 블루레이 플레이어를 바로 SW320에 연결해서 4K 블루레이 콘텐츠를 감상해도 된다.
<많은 4K 블루레이가 4K 해상도와 HDR을 동시에 지원한다. 다만 4K 블루레이 자체가 국내에선 워낙에 보기 힘든 콘텐츠라 수급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출처=IT동아)
<4K, HDR 동영상 콘텐츠를 SW320으로 감상하는 모습>(출처=IT동아)
물론 PC와 SW320을 연결해 HDR 콘텐츠를 감상할 수도 있다. 크리에이터스 업데이트를 진행한 윈도우10과 HDR을 지원하는 최신 그래픽카드가 있으면 PC로도 HDR 동영상과 게임을 표현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흠잡을 데 없는 완성도, 입력 포트가 부족한 점과 화면 밝기가 조금 아쉬워
SW320은 32인치 크기의 4K 해상도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선명도는 137.5ppi다. 화면 응답속도는 5ms로, IPS 패널을 채택한 모니터치고 매우 준수하다. 게이밍 모니터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SW320은 아이케어라는 이름 답게 플리커 프리(깜빡임 방지)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제품 전체의 완성도는 벤큐의 최고급 모니터 답게 뛰어나다. 예전부터 전문가용 모니터를 만들어 오던 벤큐의 기술에 HDR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잘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외부 입력 단자가 적은 점이 아쉽다. SW320은 입력 단자가 HDMI 2.0 단자 1개, DP 1.4 단자 1개 미니 DP 1.4 단자 1개만 존재한다. HDMI 단자를 2~3개씩 넉넉하게 제공하는 경쟁 제품들에 비해 HDMI 단자의 숫자가 너무 적다. 여러 개의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하려면 케이블을 일일이 바꿔 끼워줘야 한다.
더군다나 HDMI나 DP로 들어온 음성 신호는 3.5파이 잭으로 밖에 출력하지 못한다. HDMI 아웃 단자나 SPDIF 단자가 없어서 다중 음성 신호를 분리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 멀티미디어 기기를 연결할 일이 드물었던 기존의 전문가용 모니터의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로 보인다.
<SW320의 외부 입력 단자. 입력 단자 HDMI, DP, 미니DP 등 3개에 불과하다. 최고급 모니터 치고는 조금 아쉬운 구성이다>(출처=IT동아)
<제품 측면에는 USB 3.0단자 2개와 SD 카드 슬롯이 존재한다. PC와 연결해서 이용할 수 있다>(출처=IT동아)
화면 최대 밝기가 350cd로 조금 어두운 점도 아쉽다. 300cd 내외의 밝기는 일반 모니터 치고는 준수하지만, HDR 콘텐츠를 완벽하게 표현하기에는 살짝 아쉬운 수치다. 경쟁 제품의 밝기가 500cd에 이르는 점도 SW320의 최대 밝기를 조금 아쉽게 보이게 한다.
4K, HDR 모니터 시장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하지만 SW320은 최고급 모니터 답게 추후에 나올 제품과도 충분히 견줄 수 있도록 강력한 기능과 스펙으로 무장하고 있다. 180만 원대에 이르는 매우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지만, 전문가용 모니터 기능에 4K 해상도와 HDR까지 추가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수요는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집이 넓은 사용자라면 크기 55인치 이상의 4K HDR TV를 알아보면 되겠지만, 집이 좁은 사용자에게는 32인치의 크기에 최고의 성능을 제공하는 SW320이 최적의 제품이다. 노파심에서 하나 더 덧붙이는데 SW320은 고주사율과는 관계 없다. 최대 주사율은 60Hz라는 점을 알아두길 바란다.
벤큐 SW320 아이케어(출처=IT동아)
동아닷컴 IT전문 강일용 기자 z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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